"공간 자체가 즐거워야죠" 디큐브시티 매출 25% 신장의 비밀

김경원 디큐브시티 대표/사진=디큐브시티

"그냥 놀러오세요. 물건은 안 사셔도 됩니다."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에서 백화점 CEO로 변신한 남다른 이력의 김경원 디큐브시티백화점(이하 디큐브백화점) 대표는 백화점이 물건을 파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김 대표는 "백화점은 지갑이 두둑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편하게 먹고, 즐길 수 있는 놀이와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디큐브백화점도 공원(디큐브파크)에서 무료 공연을 즐기고, 맛집 거리로 꾸민 F&B(식음) 공간에는 먹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가끔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장(아트센터)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공연이나 맛집 탐방에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디큐브시티는 공간 자체의 재미를 준다. 구불구불 미로 같은 동선을 지나면 전혀 다른 디자인이나 색다른 테마의 매장이 나타나고, 구석구석 숨겨진 자투리 공간에는 고객 최우선 원칙이 담겨 있다.


디큐브백화점 에스컬레이터 밑에는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미팅룸(시크릿가둔)이 있다. F&B 매장 한켠에도 스터디존이 있다. 이들 공간은 때로는 동네 부녀회 모임장소가 되고, 때로는 대학생들의 세미나장이 된다.

디큐브시티 내부 전경/사진=디큐브시티

화장실도 고객에게 색다른 기쁨을 주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디큐브시티백화점은 최고급 자재인 이스라엘제 라임스톤으로 화장실을 꾸몄다. 고객이 은근히 최상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디큐브백화점 화장실은 각 층마다 구조와 인테리어가 조금씩 다르다. 소소한 부분까지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겠다는 세심함을 담았다.

2011년 개점 초기만 해도 이런 실험은 비웃음을 샀다. 화장실에 대리석을 깔고, 공연장에 수백억짜리 음향기술을 도입한다고 누가 알아주느냐는 비아냥이었다. 디큐브파크 조성 당시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맹꽁이 무리를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3억원을 들인 것도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디큐브백화점의 노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 디큐브백화점의 내방객수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매출 신장률은 25%에 달한다. 내로라하는 대형 백화점들도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에 그치는 불황 속에서 디큐브백화점 선전은 흥미롭다.

주중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고객들이 꾸준한 디큐브파크도 자랑거리다.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닌 서울 서남권의 대표 휴식공간이자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김경원 대표는 여세를 몰아 개점 3년째인 올해를 흑자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9월이면 개점 3년을 맞는다"며 "그동안 후발주자로서 미래를 준비했다면 이제는 숫자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디큐브백화점은 중국인 손님들을 맞을 준비도 한다. 김 대표는 "디큐브백화점이 중국인들에게도 재미있고 활기 찬 공간으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디큐브를 많이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큐브시티 내부/사진=디큐브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