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분기 스마트폰 좋다" 한달만에 "어렵다"로…왜?

'말 바꾸기인가, 그만큼 어려운 것인가.'

삼성전자 (76,700원 ▼1,900 -2.42%)가 8일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았을 때 '괜찮다'라는 3분기 전망이 31일 실적발표 때에는 '실적 개선이 불투명하다'라고 크게 바뀌었다.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공시하면서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놓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악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3분기 전망도 내놓았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인 스마트폰 사업 관련해 삼성전자의 전망은 "재고 감축을 위한 추가적 마케팅 비용 발생은 상당히 미미할 것이며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매 증가 등으로 실적 증가 기대"였다. 2분기 실적이 나빴지만 3분기에는 개선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3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하반기 전망은 180도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IM부문을 전망하면서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영향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은 불투명해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현준 삼성전자 전무는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는) 신모델 출시와 가격,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분기보다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3분기는 2분기보다 더 안좋다는 얘기다.

한달도 안돼 3분기 전망이 바뀐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 환경이 급변해서다. 실제 실적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전망을 바꿀 필요성도 커졌다. 이유는 애플과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때문이다.

우선 애플의 2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시장에서 애플은 선전했다.

애플은 홍콩, 대만을 포함한 범중국에서 지난해보다 28% 성장한 59억35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의 실적은 예산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애플이 대화면 '아이폰6' 출시 가능성이 점점 명확해졌다. 아이폰6에 대한 시장 기대치도 높았다. '갤럭시노트4'나 금속 소재와 디자인을 달리한 '갤럭시 알파'만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커졌다.

'중국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샤오미에 대한 소식도 속속 들어왔다. 샤오미는 상반기에 2611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1분기 중국에서 106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2분기에는 155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는 계산이 나왔다.

1~5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시장점유율이 21%로 삼성전자 23%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 컴텍 보고서도 나왔다.

게다가 샤오미는 중국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홍콩,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까지 진출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인도에 출시한 ‘Mi3’는 출시 5초만에 초기 물량이 매진됐다.

최근 샤오미 스마트폰의 사용자 데이터가 비밀리에 중국에 위치한 서버에 보내진다는 '백도어' 논란이 커졌지만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특히 구글에서 영입한 휴고 바라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백도어 논란에 해명한 것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위기를 강조하는 삼성전자 특유의 문화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들이 성과급을 반납하고 해외출장 비용을 줄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과다. 실제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올해 말에는 무선사업부 조직이 대폭 바뀔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이던스 때와 실적발표 때의 3분기 전망이 달라진 것은 시장 환경이 그 정도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며 "실적을 집계해보니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가이던스 발표 때는 '잘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고 이번에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쉽지 않겠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한 달도 안 돼 하반기 전망을 바꾸는 것이 시장 분석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