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롯데 하준호, 손아섭의 향기가 난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하준호(25, 롯데 자이언츠)가 감춰왔던 잠재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사진=뉴스1

지난 27일부터 롯데 자이언츠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트랜스포머' 하준호(25)였다.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에 입단한 하준호는 프로 데뷔 이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2011시즌이 끝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2013년 팀에 복귀한 하준호는 타자 전향을 선언했다.

타자 전향과 함께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을 물려받은 하준호는 2군 무대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2014시즌 퓨처스리그 48경기에 출전해 0.211의 타율과 함께 2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부족한 성적으로 볼 수 있지만 타자로 전향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하준호의 노력은 높게 평가 받을 만 했다.

결국 기회가 왔다. 하준호는 지난 27일 잠실 LG트윈스 원정 경기부터 1군 무대에 타자로 데뷔했다. 이날 9번 타자로 나선 하준호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1군 무대 첫 안타를 신고했고 팀의 4-3 승리와 함께 5연패를 끊어내는데 일조했다.

1군 첫 경기에서 빠른 발과 근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하준호는 이튿날 경기에선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비록 이날 팀은 3-5로 역전패 당했지만 팀의 득점에 두 차례나 기여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줬다.


비록 지난 29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사직 홈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하준호는 30일 두산전에 9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해 팀의 3-1 승리에 일조했다.

아직까지 표본이 적기에 쉽게 하준호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긴 어렵다. 1군 투수들의 변화구 대처 능력도 더 키워야 하는데다 외야 수비도 조금은 서툴러 보인다.

그러나 고무적인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 하준호는 4경기 15타석에 들어서 2개의 볼넷을 따내는 동안 삼진은 3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다수의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많은 삼진을 당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하준호의 선구안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타 개수도 아직 3개에 불과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바론 타구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 몸쪽에 꽉 찬 공을 때려냈을 때 아웃이 됐어도 생각보다 타구가 멀리 나갔다.

서투른 점도 많아 보이지만 유심히 지켜보면 리그 최고의 악바리 타자로 거듭난 팀 선배 손아섭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좌타 우익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다 신체조건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경기에 임하는 진지한 표정이 손아섭의 프로 초년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막 타자로 데뷔했기에 아직까지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에 손아섭과 같은 악바리 근성이 더해진다면 하준호가 롯데의 또 다른 손아섭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타자로 발을 내딛은 하준호가 향후 어떤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많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