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고장철' 전락..당국은 '책임회피' 급급

27일 오후 2시15분쯤 지하철 4호선 산본역에서 서울행 열차가 멈춰섰다. /사진= @_amattna

지하철 4호선 과천·안산선이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고장은 주로 전력장치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이나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 중이다. 오히려 4호선을 관리하는 코레일과 서울메트로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31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올해 지하철 4호선 당고개~남태령역 구간에서 전력장치 이상으로 전동차가 운행을 멈춘 적은 없다. 4호선의 경우 당고개~남태령역 구간은 서울메트로가, 그 이남 과천·안산선(남태령~오이도역) 구간은 코레일이 관리하고 있다.


과천·안산선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달 들어 산본역에서만 두 차례(11일, 27일) 전력장치 고장이 일어났다. 지난 27일에는 산본역에 정차 중인 전동차의 변압기가 폭발해 지하철 운행이 20~30분 지연됐다.

산본역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금정~정부과천청사역 상하행선에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아 출근 대란이 벌어졌다. 고장으로 부상자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금정역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안전장치 '애자'가 폭발, 시민 11명이 병원으로 향했다.

4호선 과천·안산선 전동차 관리는 지난해부터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이틀 사이 3번이나 열차가 멈춰섰고, 10월에도 15일 하루 동안 두 번이나 열차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 이 때 역시 전력장치가 문제가 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여전히 고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6일 지하철 4호선 금정~과천청사역 상행선 구간에서 단전 사고가 발생해 상행선 열차가 운행 중단됐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과천·안산선이 이같이 '고장철'로 전락했지만 코레일과 서울메트로의 '책임 떠넘기기'는 지속되고 있다. 서울메트로측은 "남태령역 이남의 경우 코레일이 관리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우리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100% 코레일의 잘못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과천·안산선 구간 관리는 코레일이 담당하지만 전동차의 경우 서울메트로, 코레일 소속이 혼재돼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고장은 서울메트로, 27일 고장은 코레일의 전동차였다. 코레일 관계자는 "4호선 운행 차량은 대부분 서울메트로 소속이고, 코레일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연속된 고장의 원인조차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어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전동차 고장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에서 나와 조사해도 원인이 불명확한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불편은 시민들의 몫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유난히 4호선 고장이 잦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리언은 "더 이상 과천·안산선 사고가 일어나면 안 된다"며 "신차를 들여오고, 선로 정비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글을 남겼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등교를 위해 경기도 안양시 범계역에서 아침마다 서울행 4호선을 이용한다는 대학생 안씨(24)는 "사고가 날 때마다 '왜 하필 4호선에만 이런 일이 일어나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탑승했을 때 열차가 흔들려 불안감에 고객센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철도당국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올해부터 코레일과 서울메트로는 소속 열차 차량들을 1년에 8번씩 정기적으로 서로 바꿔가며 검사하는 '교차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전동차 상부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있다"며 "전동차의 전력 공급선인 팬타그라프부터 선로까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