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정 조사 3일째…'유병언 사인' 끝내 미스터리로 남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 씨(가운데)가 지난 30일 밤 인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마지막 행적을 밝혀줄 인물로 주목받았던 운전기사 양회정씨에 대한 수사가 사흘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 전회장의 사망 원인이 끝내 미스테리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양씨를 소환해 3일째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9일 오전 자수한 양씨는 늦게까지 조사받은 뒤 인천구치소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날 밤 11시쯤 풀려났다.

최측근인 양씨가 검거되면 유 전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의문점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검찰 수사는 사흘째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양씨는 검찰이 유 전회장의 은신처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을 급습한 지난 5월25일 순천을 빠져나간 뒤 유 전회장과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양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이후 유 전회장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고, 기독교복음침례회(금수원) 총본산격인 경기 안성 금수원에 돌아가 '김 엄마' 김명숙씨(59·여)와 조우하고도 유 전회장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예상했던 '조직적 비호 세력'의 실체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당초 검찰의 예상과 달리 양씨는 김씨에게 순천 상황을 전화로 보고한 바 없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유 전회장이 대부분 결정을 직접 내리는 편이었다고 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이 밖에도 양씨는 자신이 순천을 빠져나온 뒤 계속 금수원에 머물렀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양씨의 진술 외에 그의 동선을 파악할 뚜렷한 단서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같은 양씨의 주장이 미리 계획한 허위 진술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10만 성도 다 잡아가도 유 전회장은 안 된다'는 성명까지 냈던 구원파 신도들이 유 전회장을 구하러 가지 않고 발만 동동 굴렀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양씨의 주장은 김씨의 진술과도 대부분 일치해 두 사람이 미리 '말 맞추기'를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자수 이후 풀려난 두 사람은 모두 조사를 마친 뒤 금수원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만나 증언을 일치시킬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검찰이 김씨와 양씨의 진술 이외에 뚜렷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며 유 전회장의 마지막 행적이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검찰은 양씨가 유 전회장을 은신처인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에 옮길 때 사용했던 벤틀리 차량과 김씨가 은신처를 구하기 위해 유 전회장으로부터 받았던 현금 70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