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고금리 찾아"…서울 여윳돈 '귀향' 행렬

굴릴 곳을 찾지 못한 서울의 여윳돈이 지방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0.1%포인트만 금리를 더 줘도 예금자들이 앞 다퉈 돈 맡길 곳을 찾아가는 초저금리 시대의 풍경이다. 권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마트 금융의 영향과 지방은행의 서울권 공략도 서울 돈의 '귀향'을 부채질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 예·적금·입출금통장 수신고는 지난해 말 기준 1511억원에서 반년이 지난 올해 6월 말 6894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증가율은 무려 356.25%(5383억원)다.

JB다이렉트는 소비자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실명 확인 후 가입할 수 있다. 전북은행 영업점을 찾기 힘든 서울에서도 스마트폰·인터넷 뱅킹으로 손쉽게 가입할 수 있고, 인력·영업점 관련 비용을 줄인 대신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더 매력적이다.

실제로 JB다이렉트의 예·적금은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이자를 준다. 각 은행이 대표상품의 금리를 제출한 은행연합회 비교 공시에 따르면, 12개월 기준 예금 중에선 JB다이렉트가 연 2.9%로 가장 고금리다. 또 대구은행의 '스마트엄지예금'(이상 2.6%), 부산은행의 'e-푸른바다정기예금'(2.55%) 등이 고금리 랭킹 상위에 포진돼 있다.

또 적금 역시 JB다이렉트가 12개월 기준 연 3.0%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전북은행의 '정기적금'(2.9%), 경남은행의 '행복 드림 여행적금'과 부산은행의 'e-푸른바다자유적금'(이상 2.8%) 등의 금리가 높은 편이다.


반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2.2~2.4% 수준, 적금 금리는 2.4~2.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에 민감한 서울의 여윳돈이 지방은행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 시중은행의 올해 5월말 기준 수신 총액(423조2945억원)은 지난해 말보다 1.41%(5조8945억원)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지방은행의 서울지역 수신 총액(22조7675억원)은 같은 기간 12.03%(2조4451억원) 늘어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수신증가액이 지방은행의 2배지만 '덩치' 차이와 영업망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증가액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유치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장세"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상반기 동안 각각 1조원대의 수신 총액 증가폭을 기록했고, 전북은행도 서울·인천에서 5000억원대의 수신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면 상반기 동안 대부분 시중은행은 예금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서울의 수신 총액이 1% 또는 소수점대 성장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이 같은 지방은행의 약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선제적 순이자마진(NIM) 관리에 나서면서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는 반면 지방은행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영업망을 확충하면서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초저금리 장기화와 비대면 채널 확대로 사실상 은행의권역 특징이 사라졌고, 부산·경남은행과 전북·광주은행 합병으로 지방은행 역시 시중은행 못지않은 규모를 이루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오는 2016년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다른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도 눈여겨 볼 경쟁자로 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