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재보선 참패, 다시 '선명야당'이면 미래 없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 회의를 마친 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14.7.31/뉴스1

여야 정당은 사람인(人)처럼 서로 기대어 서있다.
양쪽이 그렇게 해서 떠받치는 것이 국민이고 민생이다. 그 한 축인 야당이 벼랑끝 위기다.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그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면 20대 총선(2016), 그 다음해 대선을 거치며 역사 속으로 허물어질 수도 있다. 건강한 야당이 없다면 국정도 표류하게 된다.

새정치연합의 돌파구는 당연히 정책정당 면모를 국민에게 보여주고 신뢰를 얻는 것이다. 너무 간단한 답이라서 굳이 고민할 것도 없어보인다. 문제는 '왜 정책정당이 돼야 하느냐'가 아니다. 정책정당을 지향하지 않는 정당은 없다. 정책정당 주문은 자칫 쌀로 밥을 지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왜 지금껏 정책정당이 되지 못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야당이라는 한계는 생각보다 무겁게 새정치연합을 짓누른다. 우선 야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을 구상해도 이를 실천할 집행력이 없다. 승자독식의 권력지도 속에선 야당에게 정책 집행력을 요구하는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무상급식 이슈로 승리했던 것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당국 행정력이 달린 지방선거였다.

둘째 정책 어젠다로 선거를 이겨본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 현재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미증유의 금융위기(김대중 대통령), 후보단일화(노무현 대통령)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현실적인 정치지형이 열세,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보니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기 어렵다.

과거의 경험도 변화에 발목을 잡는다. 새정치연합 주축들의 정치경력 DNA엔 '투쟁'과 '민주화운동'이 핵심이다. 불법만 아니라면 어떤 파격적인 선거운동도 한다는 게 새누리당 정서라면,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옳은 것'과 '정의'를 추구한다. 지더라도 '떳떳이' 지겠다는 쪽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보수진영에 정권을 내준 뒤 당력을 결집하기보다 내부분열에 시달렸다. 집권기간 애써 갖춘 역량과 인재가 흩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7.30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31일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2014.7.31/뉴스1

새정치연합의 위기극복은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는 정책정당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비관론이 앞선다. 당은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꾸리는 수순에 돌입했는데 차기 리더십이 과연 정책정당화의 의지를 가질지, 의지가 있어도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한길 대표를 중심으로 했던 중도 그룹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안철수 대표 측은 말할 것도 없다. 현실적으로 차기 당 리더십을 확보할 만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건 이른바 친노(친 노무현) 그룹이다.

흔히 '친노'는 '강경파'와 동의어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재보선 이후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정부와 더 강력히 대립각을 세우고, 투쟁력을 강조하는 선명야당을 지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사자들은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지금, 또다시 '선명야당'이라면 정말 미래가 없다. 정부여당의 정책이 문제라면 날카롭게 메스를 들어야지 국회에 장관을 불러 고함과 호통을 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런다고 국민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더 세게 싸우는 게 아니라, 영리하게 잘 싸워야 여당도 야당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러자면 새정치연합엔 정책능력와 안목을 갖춘 인재들이 절실하다. 지도부가 바뀌어도 민주정책연구원 등 싱크탱크 기능은 온전히 보존하도록 당헌당규를 손봐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요컨대 뼈를 깎는 체질개선이 절실하다. 국민 눈높이가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하므로 시력도 교정해야겠다. 그럴 만한 위기감과 절박함을 누군가는 갖고 있다고 믿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