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진보교육감들, 현안마다 갈등…해법은?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정책 규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한 진보교육감들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4년 임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지만 자율형사립고, 전교조 문제 등을 둘러싼 교육현안 처리를 두고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진보교육감들은 후보 시절 공통공약으로 내세웠던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자사고 구성원뿐 아니라 교육계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가장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은 전체 자사고 49개교 중 25개교가 있는 서울이다. 자사고 교장들은 서울시교육청의 추가 평가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학부모들은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인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와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도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자사고 문제를 계기로 사학들이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근거로 안산 동산고에 대한 지정취소 작업에 착수했으나, 동산고 구성원들은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송원고의 자사고 재지정 조건으로 입학전형에서 성적제한을 폐지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송원고는 성적제한을 폐지할 경우 자사고로서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은 여전히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선 자사고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사고 구성원들과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자사고 존폐를 두고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28일 오전 교사선언과 조퇴투쟁 등 국가공무원법위반 사건과 관련,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뉴스1.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교조의 미복귀 전임자 처리 문제도 진보교육감들의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미복귀 전임자 32명을 직권면직하고, 다음 달 4일까지 조치 결과를 보고하라고 12개 시·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직권면직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는 경고장도 날린 상태다.

일단 진보교육감들은 미복귀 전임자에 대한 징계를 보류한다는 입장이지만, 임기 초반부터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교육감들은 23일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 임시회의에서 "전임자 복직명령 이후 모든 절차와 처분에 관해 교육감들의 판단에 맡겨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직권명령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교육감들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럴 경우 이명박정부 시절처럼 교육계에서 '소송전'이 전개되는 등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진보교육감들이 교육현안마다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경우 여론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 진영의 한 교육계 인사는 "진보교육감들이 패를 너무 일찍 보여준 것 같다"며 "자사고 폐지와 같이 갈등이 불가피한 문제는 시간을 두고 차차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이 결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점은 향후 진보교육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