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에 연고, 가래침 핥기까지… '윤일병의 비극'

지난 4월 부대원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20). 그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는 올해 3월3일부터 4월6일까지 1달이 넘도록 지속됐다. 윤 일병이 28사단 포병연대 본부포대 의무병에 배치된 것은 2월18일. 대기기간 2주가 끝나자마자 부대원들은 구타를 시작했던 셈이다.


1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폭행은 지난 3월3일 이모 상병(20)에 의해 시작됐다. 이 상병은 윤 일병에게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가슴부위를 폭행했다.

이후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는 거의 매일 이뤄졌다. 이 상병뿐만 아니라 이모 병장(25), 하모 병장(22), 지모 상병(20) 등이 가세했다. 유모 하사(22)는 폭행 현장을 보고도 묵인하고, 자신도 폭행을 휘둘러 추가로 붙잡혔다.

폭행 사유도 다양하다. 3월8일~9일 사이에는 "어눌하게 대답한다"며 복부와 가슴, 턱을 때렸다. 3월11일에는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가슴부위를 폭행했다. 같은달 16일에는 허벅지가 아파서 전투화를 일어서서 닦자, 이를 넘어트린 후 "반응이 웃기다"며 허벅지를 찔렀다.

가혹행위도 일반인의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기마자세를 2~3시간 동안 세우는 것은 예사였다. 밤을 새워 경례, 제식동작, 도수체조 등을 시키기도 했고(3월30일), 욕설을 퍼부으며 "네가 잘하는 게 뭐냐, XX같다"며 인격모독을 했다(3월31일). 지난 4월2일에는 "대답을 똑바로 못한다"는 이유로 치약을 짜 먹였다.


이같은 구타·가혹행위 행각을 제지했어야 할 간부 유 하사의 대응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는 하 병장에게 "네가 분대장이니 때려서라도 (윤 일병의) 군기를 잡아라"고 조언했다. 급기야 3월말에는 직접 윤 일병의 얼굴을 가격하고 "병사들 간의 폭행은 인정한다"고 말해 폭행을 오히려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

윤 일병의 사망일(4월7일) 전에는 폭행과 가혹행위가 극에 달했다. 4월6일 오전 7시30분. 아침부터 이 병장은 잠을 잤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뺨과 허벅지를 때렸다. 그리고 뜀걸음 중 뒤처지자 꾀병을 부린다며 넘어트린 후 안경을 부러트리고 코에 상처를 냈다.

오전 10시경 이 병장은 바닥에 가래침을 2회 뱉고, 이를 윤 일병에게 핥아 먹으라고 하는 엽기적인 지시도 내렸다. 하 병장과 이 상병은 윤 일병의 성기에 액체 연고(안티프라민)을 바르는 극심한 가혹행위를 벌였다.

오후들어서도 가혹행위는 지속됐다. 결국 비극은 발생했다. 오후 4시쯤 이 병장 일당은 냉동음식을 사와서 먹던 중, 윤 일병이 쩝쩝거린다며 그의 턱과 뺨을 때렸다. 폭행으로 떨어진 음식도 핥아먹으라고 강요했다. 음식을 먹느라 대답을 잘 못했다는 이유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시켰고, 배 부위 등의 폭행을 지속했다.

윤 일병은 결국 침을 흘리고, 소변을 흘리며 쓰러졌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구타는 이어졌다. 이 병장은 꾀병이라며 윤 일병의 뺨을 가격하고 배와 가슴 부위를 추가로 폭행했다.

결국 윤 일병은 일어나지 못했다. 윤 일병의 심장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부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 일병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이튿날 사망했다.

이 병장 일당은 윤 일병의 죽음에 대해 허위진술을 하는 잔혹함도 보였다. 지 상병은 "윤 일병이 냉동 취식 후 TV 시청을 하다가 갑자기 고개를 가누지 못했다"며 "소변을 흘리며 호흡이 없어졌다"고 증언했다. 이후 이들은 "냉동식품 때문에 쓰러졌다"는 진술을 반복했다. 증거 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군용수첩 일부를 찢기도 했다.

육군측은 이후 수사를 지속한 끝에 윤 일병 구타에 가담한 6명 중 5명을 상해치사죄로 구속했다. 1명은 단순폭행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가해자들과 지휘책임자 17명의 소속부대인 28사단에서 재판할 것이 아니라 상급부대인 6군단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모두 밝혀지고 주범이 살인죄로 유죄를 판결 받는 것만이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