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영업정지에도 마케팅비 '2조2000억'

이동통신사들이 한 달 이상의 영업정지 기간에도 2조원이 넘는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와 상품 등 본원적인 경쟁을 하겠다던 통신사들의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1일 통신업계의 실적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SK텔레콤 (50,100원 ▼600 -1.18%), KT (33,300원 ▼350 -1.04%), LG유플러스 (9,690원 ▲10 +0.10%) 등 이동통신3사가 올 2분기 동안 사용한 마케팅비는 총 2조1980억원에 이른다. 각종 대란을 일으키며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부은 전분기(2조4263억원)와 비교해도 2283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 2분기는 불법 보조금 사용에 따른 정부의 제재조치로 실제 영업 기간은 전분기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의 경우 2분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45일 동안 문을 닫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6일 동안 신규 가입자 유치와 번호 이동 등이 금지됐다. 영업일을 기준으로 하면 이통사들은 전분기 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셈이다. 단독 영업기간 동안에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 부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사업자별로 보면 KT는 전년보다 무려 31.7% 늘어난 7752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각종 보조금 대란을 불러왔던 전분기 보다 6.2%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KT측은 "단독 영업기간 동안 가입자 유치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825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3% 줄었지만 3개월 중 한 달 반 동안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LG유플러스 역시 마케팅 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2%가 늘어난 5497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측은 "가입자당 유치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서도 밝혔다.

이는 고스란히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LG유플러스의 올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8% 줄어든 33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2.3% 줄어든 980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넘기지 못했다.

SK텔레콤은 그나마 올 2분기 영업이익 5460억원, 당기순익 498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0.1%, 6.45% 소폭 늘었다. 하지만 애초 증권업계의 컨센서스인 당기순익 5000억원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KT는 마케팅 비용의 증가 뿐 아니라 1조500억원에 해당하는 일회성 비용인 명예퇴직금이 반영되면서 올 2분기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8130억원, 순손실 금액은 7572억원에 이른다.

다만 올 2분기 이통3사의 무선 부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LTE가입자 비중의 증가와 LTE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등 고가 요금제의 출시로 지난해에 비해 5% 이상씩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5.9% 늘어난 SK텔레콤이 3만6013원으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LG유플러스(3만5636원, 5.3%), KT(3만2902원, 5.7%)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