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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써야 할 반성문

[박재범의 브리핑룸]

박재범의 브리핑룸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입력 : 2014.08.0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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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기 인식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 전후로 확연히 나뉜다. 6월전까지만 해도 ‘완만한 회복’이 주된 기조였다. 지표가 안 좋게 나와도 ‘일시적’이란 표현으로 넘겼다. 긍정적 해석을 더 담았다. “경제는 심리인데…”라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좋게 보다 보면 더 나아진다”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의 스타일도 한몫했다.

반면 최 부총리가 바라본 지난 1년6개월은 ‘회복’이 아닌 ‘부진의 지속’이다. 일시적 지표 호전만 있었을 뿐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회복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시험이 어렵다고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포기한 채 60점 수준에 점수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는 심리인데…”라며 똑같이 강조하지만 최 부총리는 낙관 대신 반성에서 출발한다.

정부내 금기어였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디플레이션’이 정부 보고서에 실리는 것도 한 예다. 구체적으로‘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반성을 내놨다. 경상수지 흑자는 거시정책의 결과물이자 성적표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6%를 상회했다. 금액으로는 800억달러에 달한다.

불황형 흑자, 구조적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번엔 핑계 뒤로 숨지 않았다. 정부는 ‘정책의 악순환’이란 표현으로 거시정책 운용의 일부 실책을 사실상 인정했다.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왜곡 현상이라는 진단은 ‘잃어버린 20년’과 ‘디플레’에 대한 검토로 이어진다. 새 경제팀은 2002년 2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가 내놓은 ‘90년대 일본의 디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교훈’을 다시 펼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최근 유로지역의 디플레이션 대응 등의 토대가 된 자료다.

보고서 내용은 이렇다. “디플레 발생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 후 대응보다 위험이 감지될 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선제적으로, 재정정책은 과감하게 해야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간 정책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의 현재를 연상케 한다. 디플레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경기회복 지연, 주택시장 침체, 1%대 저물가 등은 위험 신호들이다. 디플레를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 새 경제팀이 ‘과감한 정책 대응’을 새로운 기조로 내세운 것도 위험 신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하다. 41조 규모의 재정·금융투입, 내년 예산 확대 편성 등도 맥을 같이 한다.

문제는 통화정책이다. 보고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통화정책을 시행했다면 일본이 디플레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정부와 중앙은행간 정책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썼고 정부는 여기에 의미를 부여했다.

통화당국, 즉 한국은행을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새 경제팀은 거시정책 운용에 대한 반성문을 썼지만 ‘새 한국은행’은 아직 쓰지 않았다. “무슨 반성문이냐”고 따지겠지만 자신이 내세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반성하는 게 먼저다. 과다한 경상수지 흑자가 정부의 성적표라면 1%대 물가는 통화당국의 성적표다. 한국은행 스스로 내건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면, 반성은 꼭 필요하다.

특히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대응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 진입 전 과감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선제적 통화 팽창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긴축기조 전환으로 대응가능하지만 디플레이션 발생 이후엔 통화정책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고 일본의 학습효과를 적었다.

정부가 연준 보고서를 다시 읽고 검토한 이유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 한편엔 일본식 디플레를 뒤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조금 깔려 있다. 정부의 강한 행동 역시 의지와 절박감에서 출발한다. 남은 것은 통화당국의 공조다. 새 경제팀은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외쳤다. 중앙은행도 새 경제팀의 일원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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