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않던 외인, 美 고용지표 발표 앞두고 '깜짝 매도'

외국인 매수세에 잠시 빨간 불이 켜졌다. 2주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매도세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 주말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6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3조원 어치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팔자'로 방향을 틀면서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20포인트 밀린 2073.10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에는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감이 만연해 있었다. 다행히 외국인은 오전 장에서 종전과 같은 매수강도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외국인은 그러나 오후장 들어 점차 매수폭을 축소하더니 결국 13일째 매수 행진을 마감하고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순매도로 전환했지만 매도규모는 700억원에 못 미쳤다. '팔자'로 방향을 돌렸다고 말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번 주 외국인의 일평균 순매수 규모는 4000억원대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이번 주말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1일(현지시간) 7월 고용지표를 발표한다. 지표가 호조를 보일 경우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확산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전망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미국의 7월 비농업 고용이 전월 대비 23만1000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6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28만8000명)보다는 둔화된 수치다. 다만, 실업률은 6.1%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미국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와 임금 상승률이 6년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 거론됐다.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

다만,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외국인이 고용지표를 확인하고 가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순매도했지만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방향을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소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날 뉴욕 증시 급락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감도 국내 증시에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의 외환 보유고 수준으로 봤을 때 채무 규모가 문제될만한 상황은 아니다. 7월말 현재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가 305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계 채권단이 요구한 15억 달러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시장은 아르헨티나가 파국으로 갈 경우 유럽 금융기관의 유동성 우려가 일부 부각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아르헨티나 사태가 유동성 부족에 따른 디폴트가 아니라는 점에서 도미노의 트리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세가 바뀔 이유가 없다"며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국내 정책 기대감 효과가 지속되면 외국인 매수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