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작" 1분만에 중고차값 2배로…내 車도 여기서?

머니투데이

시흥(경기)=김남이 기자

현대글로비스 시화 중고차 경매장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지난 8일 현대글로비스 (180,000원 ▲2,000 +1.12%)의 시화 중고차 경매장. 29번째 출품차량으로 2004년식 포드 ‘몬데오’가 출품됐다. 시작가는 150만원, 경매가 시작되자 중고차 매매상들이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3만원씩 오르던 경매가는 1분 만에 300만원을 넘어섰다. ‘몬데오’의 최종 낙찰가는 306만원, 시작가의 2배가 넘었다.

중고차 경매가 새로운 중고차 매매 대안으로 부상하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매 시장이 커지면서 진출하는 기업이 늘고, 경쟁도 치열해져 출품대수를 확보하지 못한 업체는 현장 거래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고차 경매 출품대수는 14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11만8000여대)보다 18.6% 증가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에만 7만1000여대가 출품됐다.

중고차 경매 출품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중고차 매도방법으로 국내 시장도 점차 선진국형 자동차 경매시장으로 바뀌면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중고차 거래량의 60%, 미국은 25%가 경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중고차 경매 시장의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01년부터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SK엔카(2011년), KT렌탈(2014년)이 중고차 경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달에는 AJ렌터카 (9,600원 ▼480 -4.76%)가 서울경매장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글로비스로 경매차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경매 출품 대수가 7만대를 넘어선 글로비스는 올해 8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주 1600대 정도의 차량이 출품된다.

중고차 경매과정

중고차 경매의 경우 입찰에 참여에는 중고차 매매업체만 참여할 수 있지만 출품은 개인도 할 수 있다. 글로비스의 경우 중고차 출품을 원하는 사람이 전화로 상담신청을 하면 무료로 출장 차량 평가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장에서 차량의 상태를 확인한 뒤 출품 금액대를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탁송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차량을 경매장까지 운송해간다. 출품자는 자신이 원하는 경매 시작가와 희망가를 적어내고, 경매가가 희망가를 넘어가면 낙찰된다. 글로비스의 낙찰률은 62%로 고객 희망가격 대비 평균 10% 상승한 가격에 낙찰된다. 낙찰될 경우 출품자와 낙찰인은 각각 낙찰금액의 2.2%(최저 11만원~최대44만원)의 낙찰 수수료를 낸다.

중고차 시장은 전형적인 ‘레몬마켓(소위 빛 좋은 개살구 시장)’으로 분류된다. 정보에 대한 비대칭으로 개인보다는 중고차 매매상이 거래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매시스템의 경우 경매업체가 중간에서 중고차 상품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효과로 중고차 경매 시장이 커지자 관련 규제도 완화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경매장 영업소의 시설 기준을 150㎡(약 45평) 이상으로 규정한 조항이 내년부터 삭제될 예정이다.

시설 면적 기준이 사라질 경우 주로 시외곽에 위치했던 경매장 사무실을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에 내고 매입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미 AJ렌터카는 'AJ셀카'라는 매입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다만 중고차 매매단지 등의 독특한 국내 중고차 시장이 경매 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는 4000여개 달하는 중고차 매매 법인과 3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고차 매매딜러 중심으로 국내 중고차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들이 중고차 공급창의 역할을 하는 경매장을 오히려 경쟁자로 인식해 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출품물량의 안정적 확보가 어려운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로 동화그룹이 운영하던 중고차 경매장 ‘엠파크 옥션 플러스’는 지난달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출품되는 차량이 충분하지 못해 오프라인 중고차 경매를 중단하고 온라인 경매만 진행할 예정이다.

이규창 현대글로비스 과장은 "가격 책정이 제 각각인 중고차 시장에서 경매장의 경우 소비자들이 원하는 투명성을 갖추고 있어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부터는 출품수수료를 6만5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