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박' 수제맥주, 슈퍼에서도…'맥주 경제민주화' 추진

이태원에서 맛좋다고 소문난 하우스 맥주를 집에서도 병맥주로 즐길 날이 올까.
두세곳 남짓한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맥주 시장에서 고사 직전인 중·소규모 맥주 제조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맥주법'이 국회에서 재추진된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소규모 맥주제조자 및 중소기업 맥주제조자에 대해 세율을 인하하고 외부유통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은 주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 발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한 차례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시행령 개정까지 이끌어냈지만 독과점 체제를 흔들 만큼 파급력이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은, 이른바 '맥주법 시즌2'다.


특히 이번에야말로 중·소규모 업체에 불리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소규모 맥주제조자들이 슈퍼나 편의점 등과 계약을 맺고 직접 물건을 공급해 최종 소비자들이 가정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도 다른 맥주 전문점이나 레스토랑 같은 일반 음식점으로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반드시 자신이 운영하는 영업장에서만 판매해야 하던 것에서 다소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외부 유통은 반드시 전국 1200여곳에 불과한 종합주류도매상을 거쳐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물량이 적은 소규모 맥주 제조자 입장로서는 이들과 거래를 트는 것도 쉽지 않고, 유통 비용도 더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개정된 시행령 실시 이후 전국 40여곳으로 수제 맥주를 납품하고 있는 임성빈 대전 바이젠하우스 대표는 "납품을 하려면 케그(생맥주 용기)에 담아야 하는데 설비 비용이 엄청나다"며 "만일 직접 유통이 가능해지면 내년쯤 병이나 캔 형태로 출시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되기 위해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 영업허가가 필요하다는 현행조항은 필수 요건이 아닌 선택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수제 맥주를 만들어 다른 업체에 납품만 하는 전문 마이크로 브루어리(맥주 공장)들이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중·소규모 맥주업체에 적용되는 세율도 대폭 인하를 추진한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에겐 현행 72%인 주세율을 5%까지 낮추고, 일반 맥주제조자 가운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세율을 30%로 낮추거나 생산량에 따라 구간별로 5%~72%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가 일반 맥주 제조자로, 중소 맥주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시장에 다양한 맛의 맥주가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주세법 개정안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론으로 내놓은 세제개편안에도 포함됐다. 현행 맥주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막고 중소중견 맥주업체를 키운다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다. 조세소위에서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맥주법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소속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는 법안소위 복수화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소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정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른 주류는 물론 대기업 맥주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켜 시행령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단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새누리당 기재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일단 조세소위에 올라오고 나서 논의할 내용"이라면서도 "정부가 이 내용을 수용하면 (새누리당도) 합의 여부를 따져볼 수 있겠지만 정부가 받아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