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상하이 증시 통합되면 韓증시에 호재? 악재?

오는 10월 '후강통'(扈港通·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 간 자유매매) 시범실시를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이머징 시장 전반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한편, 중국으로 자금 쏠림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상하이 주식 '후(扈)구'와 홍콩 주식 '강(港)구'가 연결(通)된다는 의미의 후강통은 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가능케하는 제도다. 교차매매란 투자자들이 자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처럼 해외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 시행을 가장 반기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현재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얻은 기관투자가들만 중국 본토 A주 투자가 가능하지만 후강통이 이뤄지면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도 홍콩 거래소를 통해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지난 4월 후강통 실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홍콩에 상장한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가(RQFII) 상장지수펀드(ETF) 중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남방A50-R'은 지난 4월 33억좌에서 지난 7월 46억좌, 8월 48억좌로 증가 추세에 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동 가능한 자금 2500억위안과 홍콩에서 중국으로 가는 자금 3000억위안 등을 합해 총 5500억위안 규모의 시장이 열리면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비중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후강통 시행으로 중국 상하이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현재 0.4%에서 3%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주변 이머징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도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투자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특히 중국과 인접한 한국이 수혜를 볼 것이란 예상이다.

이길원 한국거래소 주식시장부 시황분석팀 과장은 "후강통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아시아 증시에 대한 비중이 이전보다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국과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까운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덩치가 큰 외국인 자금이 몰려 중국 증시가 상승할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호재다. 일반적으로 중국 증시 강세는 한국 증시의 동반 상승을 불러온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증대되면 증시 상승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라며 "중국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소재, 부동산, 운송 등의 섹터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증시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후강통의 수혜를 결국 중국이 가져가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이머징 증시의 활력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국 증권거래소가 후강통 시행으로 증시 자금을 중국에 빼길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의 경우 홍콩 거래소는 물론 청산은행과 직통으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 거래소도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위해 도쿄상품거래소에 거래소의 트레이딩시스템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WSJ는 "한국거래소도 후강통 시행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후강통이 성공적으로 시행돼 상하이 A주식이 MSCI신흥국지수에 편입되면 한국 증시 비중은 15.9%에서 14.2%로 1.7%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