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행위' 혐의 제주지검장…사실일 경우 처벌 수위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 사진=뉴스1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법조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지검장의 행동이 만약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중형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1시쯤 제주 중앙로 인근 한 음식점 앞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는 등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을 목격한 여고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전지검장을 현행범으로 체포, 유치장에 가뒀다가 다음날 오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전지검장은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동생의 인적사항을 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전지검장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으나 검찰 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해 인적사항과 신분을 감췄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김 전지검장의 행동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도 강제추행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2012년 여성에게 성기를 보인 혐의로 기소된 남성 강모씨(48)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추행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전지검장에게 적용될 혐의는 공연음란죄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형법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제추행죄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벼운 범죄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례를 봐도 공연음란죄는 대부분 실형이 아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다수 앞에서 상습적으로 음란행위를 하는 등 범행이 무거운 경우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2005년 MBC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하던 중 성기를 노출했던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신모씨와 오모씨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됐으나 각각 징역 10월과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젊은 혈기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 이모씨(55)가 여학생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8월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씨의 공연음란 혐의는 물론 학생들을 때린 혐의(상해)도 인정했으나 정신질환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이같이 판결했다.

'음란행위'와는 별도로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아닌 동생의 이름을 댄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김 전지검장이 동생을 사칭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동생의 이름으로 진술조서 등 문서에 서명하거나 도장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사서명위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타인의 인장이나 서명 등을 위조 또는 부정사용하면 징역 3년 이하의 형벌에 처할 수 있다.

다만 김 전지검장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정 증언과 달리 수사단계에서의 진술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호를 위해 따로 처벌조항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