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검장 사태 질타 여검사 '백지구형' 사건은?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40·연수원 30기)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사표를 수리한 법무부를 정면 비판하면서, 그가 상부의 명령에 반해 독자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던 '백지구형' 사건에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표 수리에 대한 해명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이 글에서 "대검찰청의 '검찰 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처리 지침'에 따르면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결정을 받은 검찰 공무원의 경우 해임 또는 파면의 중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며 "당당한 검찰입니까, 뻔뻔한 검찰입니까, 법무부(法務部)입니까, 법무부(法無部) 입니까"라고 질타했다.

앞서 임 검사는 상부의 백지구형을 어기고 중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으로부터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에 근무하던 2012년 12월 임 검사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은 고 윤중길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백지구형을 하라는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통상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의미에서 백지구형을 해왔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무죄구형을 주장했던 임 검사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른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되자 재판 당일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검사의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임 검사에 대해 정직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2월 정직 4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임 검사는 지난해 5월 "법적근거가 없는 백지구형을 지시한 검찰 상부의 지시가 부당하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징계무효를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백지구형이 과거 독재정권 아래 발생한 형사사건에 한정돼 있어 사실상 무죄구형과 같다"며 백지구형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상부 명령을 무시한 임 검사의 징계사유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무죄 구형으로 임 검사가 사적 이익을 얻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4개월 정직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 임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는 판결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