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김우중은 '대마불사' 함정에 빠져 무너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오는 26일 발간될 예정인 대담집을 통해 경제관료들과의 갈등이 대우그룹 해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강봉균 전 의원(사진)은 "김 전 회장은 당시 자구노력 대신 '대마불사'라는 믿음 때문에 그룹을 해체로 몰고 갔다"고 반박했다.

강 전 의원은 22일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 전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든지, 과거처럼 정부가 도와주면 살아날 수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접근해서 살아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전 의원은 김 전 회장이 IMF 사태의 원인과 처방을 놓고 관료들과 대립했다고 밝힌 데 대해 "김 전 회장은 5대 재벌 중 한 명일 뿐으로, 경제 문제에 대해 처방을 내서 정부와 대립을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다만 전경련 회장이어서 가끔 전반적인 처방을 얘기했을 뿐인데, 알다시피 전경련이 왜 정부와 대립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집단별 CP(기업어음)과 회사채 한도를 설정한 것이 대우그룹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우그룹이 자금 압박에 몰리니 고금리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게 눈덩이처럼 쌓여 있었다"며 "그런데 일반 개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금리를 많이 준다고 해서 회사채에 몰리게 됐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인 지침으로 당시 조치를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전 의원은 "대우가 5대 재벌 중 부실이 가장 크고 문제가 많다는 것은 국내외에서 소문이 많이 나 있었다"며 "이미 금융기관도 자기가 죽게 생겨서 부실의 위험이 있는 데는 돈을 빌려주지 않고 만기가 돌아오면 연장을 안해줬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은 "다른 재벌도 빚이 많이 있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였다"며 "하지만 대우는 자구노력을 별로 하지 않아 시장의 불신이 컸다.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대우그룹이 자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자동차를 GM에 헐값 매각해 결과적으로 한국이 수십조원의 손해를 봤다는 데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 전 회장은 회고록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GM 사람들에게 안 좋은 얘기를 해서 (GM과의 협력을 위한) 협상을 방해했을 수도 있겠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 전 의원은 "GM은 국제금융시장을 꿰뚫어보는 사람들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됐다고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강 전 의원은 삼성과의 '자동차 빅딜'이 무산된 데 대해 "대우가 하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니까 정부는 '대우가 자동차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하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빅딜을 성사시키려고 노력했다"며 "그걸 왜 정부가 방해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전 의원은 "실제로 대우자동차 사람들이 삼성차에 가서 한달 동안 점령군처럼 경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빅딜이 왜 깨졌는지 스스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김 전 회장이 대담집을 낸 배경에 대해 "어떻게 하든지 책임을 돌리려고 하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큰 재벌로 성장, 세계시장을 확보한 대단한 분으로 자존심 있는 분"이라며 "과거에도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 왔는데, 그룹이 해체되고, 재판에서 20조원 이상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데 대해 수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인데, 당시 상황만 예리하게 잘 판단했다면 그렇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