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과 투자수익은 반비례? 1700만 '명량' 수익률 보니

영화 '명량'이 역대 최다 관객인 1500만명을 돌파하고도 순항중이지만, 정작 `명량`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의 투자수익률은 역대 한국영화 투자수익률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흥행과 투자수익률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22일 VC업계에 따르면 `명량`이 흥행 여세를 몰아 관객수 1700만명 고지에 오를 경우 극장매출액은 약 1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수익배분 비율에 따르면 `명량` 전체 제작비 200억원 중에서 72억원 정도를 투자한 VC 벤처펀드들이 가져갈 수익은 약 81억원으로 추산된다. 투자수익률은 113%다.

이는 그동안 VC 벤처펀드가 투자한 역대 한국영화 투자수익률 순위에서 20위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역대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달성한 영화는 `부러진 화살`로 수익률은 무려 472%에 달한다. 7번방의 선물(316%), 과속스캔들(274%), 변호인(196%), 수상한 그녀(193%) 등이 그 뒤를 이어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VC업계 전문가는 "흥행 대박을 터뜨린 명량의 투자수익률이 투자 규모나 회수 기간 등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저예산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명량`의 전체 제작비는 200억원에 달하지만, `부러진 화살` 10억원을 비롯해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포진한 영화들의 제작비는 대부분 5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한 해적(제작비 170억원) 역시 800만명(매출 560억원)을 달성하더라도 투자수익률은 25% 정도에 머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극장 매출의 수익 배분 비율은 4.5(배급사)대 5.5(극장)다. 투자사와 제작자는 배급자 몫에서 배급수수료 10%를 뗀 뒤 배급자 몫의 20% 정도인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매출을 합친 순매출에서 다시 총제작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6대 4로 나눈다.

일각에서 한국 영화의 투자사 수익 배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VC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 영화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극장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장이 가져가는 수익 배분 비율이 높고, 배급수수료를 일률적으로 10%를 적용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수익 배분 구조를 개선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명량`의 투자배급사인 CJ E&M 관계자는 "영화의 수익배분 구조는 업계 관행에 따라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투자사에게 불리하다고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