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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바바리 맨'에 대한 추억과 '병'을 위로함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입력 : 2014.08.23 07:20|조회 : 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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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바바리 맨'에 대한 추억과 '병'을 위로함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건물이 다소 여유 있었다. 입시 목전인 3학년에게 별관을 내주어 '대접'을 해주었으니 고 3은 '별당 아씨들'로 불렸다.

이 별당 생활의 추억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매주 특정 요일에만 등장하는 '전설의 바바리 맨'이다(건물 위치상 별당 아씨가 돼야만 볼 수 있었다). 먼저 발견한 여학생이 "바바리맨이다"라고 외치면 모두 창문에 매달려 야유와 괴성을 질렀다. 반장이나 주번은 구름다리로 이어진 본관 교무실로 달려가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괴상한 사건을 '신고하는 일'을 되풀이해야 했다. 일부러 커튼을 치고 수업을 하기도 했다. 공권력이 정리를 해 준건 지 알 수 없으나 그 '맨'은 추위와 함께 사라졌다.

선생님 누구도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지 않았고(못했나?), 여학생 누구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라고 묻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저 여학생들끼리 '변태'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했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같은 바바리 맨 사건을 겪지 않고 어른이 된 여자인간이 몇이나 되겠나. 학교 때 경험은 그나마 봐줄만하고 추억(?)할만하다. 백주대낮이라 할지라도 혼자 가는 길이거나, 한밤중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웃고 떠들 추억이 될 순 없었을 거다. 어쨌든 '안전한' 건물 안에서 몸부림하는 타인을 구경하는 셈이니. 여학생들은 그 맨의 용기가 더 가상하다는(?), 불쌍하다는 평론으로 결론을 내렸던 기억이 난다.

지검장의 한밤의 몹쓸 짓과 그의 소지품 베이비로션(이 로션, 우리 땐 비싸서 함부로 바를 수 없었고, 결혼 후엔 아이가 크고 나서 집안에서 사라진 추억의 용품이다)이 연일 화제다.

개인사나 취향이야 알 수 없지만 전설속의 바바리 맨도 지검장도 모두 '병'을 앓는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두 경우를 동일하게 놓고 볼 수는 없다. 사실 목적성과 의도만 놓고 보면 여학교 앞의 행위가 지검장 사건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하지만 후자는 그저 개인이 아니니, 그리 많은 바바리 맨 보다 더 주목받고 더 나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사회 고위층에 있는 사람일수록 욕망을 실현하지 못해 느끼는 허전함이 더 클 것이다. 잘 지키든 아니든 외견상 부여받은 도덕성에 대한 기준은 점점 더 엄격해지고 높아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현실과 사적 영역의 욕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인간 차원의 몸부림은 보통사람보다 더 심하지 않겠나.

마침 기획을 하면서 조선시대 여성의 정절 이데올로기를 살펴보고 있던 차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이 여성의 정절을 앞세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한 건 삼척동자가 아는 사실이다. 부인과 딸과 며느리에게 자결을 종용해 가문을 일으키고, 권력을 강화했다(실은 조선 시대에도 지금 개념의 간통 사건은 수 없이 많았다.)

조선시대 여성의 정절을 국가가 관리했듯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지도층 남성'들의 욕망을 국가가 맡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 잊을 만하면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의 '개인 취향'이나 '병적 증세'가 이렇게 만천하에 볼 상 사납게 까발려지니 앞으로 그리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싶어 걱정이다.

비슷한 행위가 5차례나 지속됐다니 분명 병이다. 당사자도 인정하고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니 다행이다. '공연음란 혐의'로 처벌받겠지만 그 병을 고치는 일이 개인에게도 이 사회에도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한창 뜨고 있는 드라마 '괜사(괜찮아 사랑이야)'를 보는 중학교 2학년 딸이 태연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 그러고 보면 정상적인 인간은 없는 거야? 특히 어른들은. 조금씩 다 병을 앓고 있는 거지? 우리는 모두 다 비정상이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딸을 다시 봤지만 딸은 드라마에 열중한다.

부탁하건데 '검찰의 수치'니 뭐니 하는 말은 빼고 가자. 한밤의 몹쓸 짓은 병이라 동정이라도 가나 검찰답지 않아 수치스러웠던 일이 한 두 번이었냐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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