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행위' 인정 김수창 전 지검장, 처벌 절차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사법연수원 19기)의 음란행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CCTV 인물이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2)과 동일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 같은 결론을 통보받고 22일 발표했다./사진제공=뉴스1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노상 음란행위를 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받아들이고 사법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지난 15일 이번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당시 김 전 지검장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그가 검찰 조사 단계에서, 혹은 재판에 넘겨졌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오전 1시쯤 제주 중앙로 인근 한 음식점 앞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는 등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연음란 사범에게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것이 현실이다. 형법 245조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제추행죄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벼운 범죄다.

2005년 MBC 생방송 음악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하던 중 성기를 노출했던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신모씨와 오모씨는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젊은 혈기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검장과 유사한 사안으로, 여고생들을 앞에서 상습적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등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도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검찰이 김 전 지검장의 혐의를 가벼운 사안으로 보고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할 수도 있는데, 김 전 지검장이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도 있다.

실제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사기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됐었지만 직접 정식재판을 청구했었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유출했지만 검찰 수사결과 약식기소에 그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법원 판단에 따라 정식재판을 받게 됐다.

경찰은 전날인 21일 오후 7시쯤 국과수로부터 CCTV에 찍힌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김 전 지검장과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전날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온 직후 김 전 지검장의 변호사를 통해 이날 오전 10시 소환통보를 했지만, 김 전 지검장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이날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인다.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받겠다고 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동안 검찰에서는 '성추문 검사', '그랜저 검사' 등 각종 비리 파문이 끊이질 않았지만 이번처럼 검사장의 '음란행위'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로서는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에선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법무부가 수사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김 전 지검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 처분한 것도 현직 검사의 신분에서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엔 믿지 않았는데 수사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