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우맨들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꼭 억울함 풀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사진=뉴스1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하자 전직 대우맨들이 환영하고 나섰다.

오는 26일 공식 발간되는 대담집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서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해체 과정은 경영실패로 인한 게 아닌, 정부의 기획 해체에 가깝다"며 15년간의 침묵을 깨고 증언했다.


대우그룹 임원 출신 인사들은 "세간에 알려진 실패경영이 아니었다는 팩트, 정확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 대우맨들의 명예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한목소리로 김 전 회장 대화록 출간을 반겼다.

A씨는 "그 책은 우리나라 정부가 IMF를 조기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제, 기업의 활력과 잠재경제성장률 등을 떨어뜨렸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책으로 의의가 있다"며 "정부가 IMF 극복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구조조정을 택했는데 무리하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우가 희생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A씨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IMF 이전 600~700%에서 요즘 200% 이하로 내려가는 등 재무적 안정성 측면은 긍정적으로 변했지만 도전정신은 약해졌다고 본다"며 "기업이 좀 리스크를 안고라도 활동성 있게 나가야 하는데 너무 선진국과 IMF 논리에 휘둘려 구조조정을 세게 하다보니 활력이 떨어졌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관리들이 '대우그룹이 위기'라고 시장에 떠드는 바람에 진짜 위기에 빠졌는데, 그들(관리들)은 되레 대우가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고 계속 확장경영해서 위기가 왔다고 주장했다"며 "당시 김우중 회장 생각은 200억달러 넘는 외환 차입금을 수출로 빨리 벌어 갚자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B씨는 "회장께서는 DA(수출환어음) 수출로 외화를 벌기 위해 노력했으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금 지급을 '못해준' 측면보다 '안해준' 측면이 많았다"며 "개인적으로는 김우중 회장이 대우 회장 역할만 하길 바랐지만 회장께서는 전경련 회장으로서 국가경제를 생각하고 외화 벌이에 신경쓰다보니 IMF 조기극복 과정에서의 부담, 유동성 부담을 대우그룹이 다 떠안게 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 대우맨들은 그룹 해체에도 김 전 회장을 원망하지 않았다. 대우그룹 해체 15년이 지난 지금도 대우인회,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등의 모임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씨는 "김우중 회장이 1960년대말~1970년대초에 와이셔츠 1억~2억장씩 해외에 팔았다"며 "그걸 항상 메리야스라고 부르면서 '그거 국내에 팔았으면 국내 메리야스 다 죽었을 거다. 우리가 국내에서 그렇게 돈 벌어서 국가경제발전에 뭘 기여할 수 있겠느냐'고 항상 얘기하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우중 회장의 경영철학이 대우그룹에 몸 담았던 사람들에게 꽂혀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영화 '명량'에도 나오지만 배 밑에서 노 젓는 민초들이 고생하면서 다음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않나. 그런 데 대한 희생이 대우 사훈 '창조·도전·희생' 중 '희생'에 녹아있었다"며 "그런 회장의 경영철학과 사명감 같은 게 대우맨들에게 박혀 있어 그룹 해체 이후에도 끈끈하게 모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C씨는 "떼먹은 돈이 아닌데도 수십조원의 추징금이 부과된 것이라든지, 대우그룹이 실패했다고 세간에 알려진 데 대해 대우맨들이 여기저기서 작은 목소리로 항변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며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시의 책임자로서 정확한 사실을 정리해서 그런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항상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