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오른다는데'...내 달러 환전타이밍은 언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추이

#. 직장인 K씨는 얼마 전 달러 예금에 가입했다. 예·적금 금리가 워낙 낮아 이른바 환테크라도 노려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그러면 달러가치도 오르게 될 거란 전망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런데 오를 줄 알았던 원/달러 환율이 오르내림을 반복하자 매일 불안한 마음에 환율만 들여다보고 있다.

◇달러 오른다던데...달러 사볼까?
은행 예금금리가 1%대에 진입하면서, 달러예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은행 중 달러예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외환은행의 경우, 7월 말 13개 종류 달러예금의 예금 잔액이 96억8666만 달러로 1월 81억2450만 달러 대비 20%, 6월 말 90억7362만 달러 대비 7% 증가했다. 달러 예금은 주로 기업이나 기관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지만, 달러 예금 가입을 고민하는 개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를 인상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리란 '상식적인 전망'은 '지금이라도 달러를 살까'하는 마음을 부추긴다. 실제로 하반기에 접어들며 미국 조기금리 인상 전망과 달러 강세 소식이 빈번해졌다. 달러는 22일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캔자스씨티 연방준비은행 연례 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 강연 뒤 더 상승했다.


옐런은 이날 연사로 나서 이전처럼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지만 동시에 "경제가 연준의 목표에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연준도 자연스럽게 언제 금리를 올려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옐런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미국 노동시장의 여력에 대한 옐런의 입장이 올해 초 미국의 높은 실업률을 강조하며 강력한 신호를 보냈을 때와 비교해 더 중립적으로 움직였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FT는 이날 옐런의 발언이 연준이 내년 제로금리를 현재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올릴 가능성을 높인다고 해석했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 역시 옐런이 '비둘기에서 더 중립적으로' 돌아섰다 내지는, '예상보다는 덜 비둘기적이었다'고 해석했다. 이 여파에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는 다시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가 작년 9월 후 최고인 82.456까지 상승했고 달러 당 엔 환율은 4월 후 처음으로 장 중 104엔대에 진입했다.

미국 연준은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붕괴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부양책에 나섰다. 2008년 말 기준금리를 제로(0~0.25%)로 낮췄고, 금리를 더 낮출 수 없게 되자 이듬해 3월 이른바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인'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3차에 거친 양적완화가 오는 10월에 끝날 것이 확실시 된다. 이 양적완화가 끝나면 다음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이제 전 세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시장은 첫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중순쯤으로 내다본다.


◇달러 오르겠지만, 원화도 절상압력 상당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달러 강세가 대세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문제는 원화도 만만찮게 절상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상수지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경신했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코스피로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초 1050원이 무너진 뒤 5월 초 1020원대, 6월 초 1010원대로 진입하며 매달 주요 지지 선을 내줬고, 7월 2일엔 1010원 마저 하향 돌파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원화 절상압력이 일방적으로 부각되면서 지난달 3일 원/달러 환율은 6년 내 최저(달러 대비 원화가치 최고)인 1008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7월 들어서는 달러가 오르면서 원화 절상압력을 상쇄, 원/달러 환율도 다시 1020~1030원대로 뛰었다.

이에 따라 환율이 더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이 1040원으로 반등할 것이라 예상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을 볼 땐 환율 하락 재료가 여전히 있지만 10월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적 축소) 종료를 앞두고 달러 강세가 본격화하면서 내년 초까진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으로 다시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커서 달러 강세에도 원화가 크게 약세로 기울진 못하리란 예상이다. 여기에 연준 '출구' 재료도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어 달러 강세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