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류' 韓스타트업, 日시장 '정조준'

#카메라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젤리버스는 올 초 일본 최대 통신사 앱 마켓 'au 스마트패스'에 입점했다. '픽스플레이프로'로 국내 통신사 마켓보다 높은 수익을 올린 데 이어 조만간 사진 합치기 앱 '몰디브'도 입점시키기로 했다.

#'김기사'로 국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시장을 석권한 록앤올은 내년 1월 일본에 김기사 일본버전 '도라이비'를 내놓는다. 올 초 일본 사이버에이전트 등으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은데 이어 최근 'au 스마트패스' 입점도 확정지으면서 경사가 겹쳤다.


한국 모바일 스타트업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본격적인 수익 사냥에 나서고 있다. 시장 진출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던 과거와 달리 주판알을 튕기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 지난해 '윈드러너', '포코팡' 등 모바일 게임이 일본에서 수백억원을 벌어들인데 이어 올해는 비게임 앱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미국보다 더 큰 시장으로 평가받은 일본 앱 시장에서 제2의 '라인' 신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日 유료 앱마켓 속속 입점 "과거와 달라…우린 돈버는 해외파"

현재 일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은 젤리버스를 비롯해 '알람몬'을 서비스하는 말랑스튜디오, '솜노트'의 위자드웍스 등이 꼽힌다. 올 초 일본에 진출한 알람몬은 일본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분야 1위에 올랐고 솜노트도 지난 1월 앱스토어 생산성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젤리버스와 위자드웍스는 애플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 뿐 아니라 일본 유료 마켓 'au 스마트패스'에도 들어갔다. au 스마트패스에 입점한 앱은 약 1000개. 가입자 월간 사용량(MAU)에 따라 수입을 분배받는데, 매달 입점 업체가 가져가는 총 수익만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업은 10여개 업체가 au 스마트패스에 입점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에게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앱 시장 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의 앱 매출 규모가 미국보다 10% 가량 크다.

특히 비게임 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게는 밖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국내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50위 중에 비게임 앱은 '카카오톡' 단 하나 뿐. 비게임 앱이 최소 10~30% 가량인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시장에서 비게임 앱으로 돈을 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세중 젤리버스 대표는 "au 스마트패스에서 배분 받는 수익이 국내 최대 통신사 마켓보다 훨씬 많다"며 "일본에서도 게임은 인기 주기가 짧지만 비게임 앱은 일단 이용자 선택을 받은 뒤에는 유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똘똘한 韓 스타트업 찾자"…日 큰손들 관심 '쑥'

일본 ICT(정보통신기술) 대기업이나 VC(벤처캐피탈)들도 자국 내 마땅한 IT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IT스타트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일본 경제를 이끌던 소니, 닌텐도 등 대형 전자업체와 NTT도코모, KDDI 등 통신사의 성장 동력은 불투명한 상황. 하지만 쌓아놓은 자본이 적지 않아 미래 수익사업 발굴을 위해 어디든 투자해야 하는 절박함이 크다. 문제는 일본 내 IT스타트업 열기가 뜨겁지 않고 업체 수도 절대적으로 적다는 점. 이 때문에 일본에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만 높아졌고 일본 VC도 자국 기업보다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IT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일본 닛케이산교신문은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IT업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서 벤처캐피털 글로벌브레인의 스즈키 노부타케 파트너는 "한국 IT업체가 일본 시장을 겨냥하는 움직임이 일본으로서도 좋은 투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일본 VC 사이버에이전트는 2012년 한국지사를 설립하면서 한국 벤처 투자의 '큰 손'으로 꼽힌다. 사이버에이전트가 투자한 곳은 카카오(카카오톡), 록앤올(김기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이들 회사의 성장 스토리만 봐도 일본 VC의 국내 시장 분석이 얼마나 정확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경제 규모를 감안했을 때 일본에 비해 한국의 IT스타트업 시장이 더 뜨거운 편"이라며 "일본VC는 일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시너지가 날만한 회사를 찾고 있어 국내 스타트업에게도 일본 진출과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