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한 공무원연금개혁, 이번엔 '通'할까

/사진제공=전국공무원노조 홈페이지

공무원연금 개혁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재정부담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공무원연금에 칼을 들이대는게 불가피하지만 구체적 개혁 수위와 논의절차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전국공무원노조가 '공무원연금 개악' 반대를 주장하며 활동자금 100억원 모금에 나섰고, 오는 11월에는 '공무원연금개악 저지 10만 총궐기 집회'가 예정돼있다.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는 "2009년 공무원연금 개정 이후 2010년도부터 입직한 공무원의 소득대체율은 39.9%에 불과해 이미 국민연금 수준으로 소득대체율이 하락했다"며 "법개정 이전의 소득대체율 62.7%를 모든 공무원이 받고 있는 것처럼 정부가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사회적인 합의 없이 일방적인 밀실논의를 통해 공무원들만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반발이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연금제도개선위원회와 안전행정부, 기획재정부, 새누리당 등은 내달 중 공무원연금 삭감 폭과 퇴직수당 인상폭 등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할 말은 있다. 공무원연금은 연금급여지출이 늘어나면서 1996년과 2000년에 걸쳐 두차례 개혁을 진행했지만 재정적자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적자보전을 위한 정부보전금(GDP 대비)은 2009년 0.17%에서 2070년에는 2.57%까지 15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는 2000년 법 개정으로 국고로 보전하도록 돼있어서 적자규모가 커질수록 정부 재정에 부메랑이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7년 민-관 합동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를 설립해 개혁안을 마련, 2009년말 개정안이 실행됐다.

하지만 당시 2차 발전위 후반부에 공무원단체 대표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개혁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고 당초 논의보다 공무원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면서 개혁안이 대폭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개정안은 급여수준 감축은 최소화하는 대신, 보험료 인상을 통해 단기 재정여건만 개선하는데 치중했다.

2009년 KDI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무원연금 개정법안의 평가와 개선의견'에 따르면 당시 신규공무원에게만 연금지급개시 연령을 65세로 연장했고 유족연금을 70%에서 60%로 인하하면서 재직·신규 공무원간의 연금혜택 격차가 커졌다.

문 장관은 보고서를 통해 "공무원연금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안이 논의되지 못한 채 모수개혁안의 형태에 그쳐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공무원은 연금액이 오히려 늘어나고 10년 이하인 공무원은 점진적으로 1~8% 감소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혁안이 퇴행한 이유로 공무원노조 대표(전공노, 민공노, 공노총, 전교조, 교총)와 노조 추천 민간전문가 2인, 수급자 대표 2명 등이 발전위 위원으로 추가로 임명돼 기존 재직공무원의 급여수준을 보장하면서 급여조정이 미흡해진 점을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공무원연금 급여를 낮추거나 아예 공무원도 국민연금에 가입토록하는 등의 구조적인 개혁시나리오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일단 개혁안을 만들고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과정을 밟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