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800원 꽃게', 얼마나 팔렸나보니 "1초마다…"

#주부 한선희(35)씨는 집 근처 홈플러스 하월곡점에서 장을 보고 영수증을 살펴보다 미소를 지었다. 영수증 하단에 "고객님은 이마트보다 2130원 저렴하게 구입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봤기 때문. 이날 한씨가 구입한 상품은 총 1만1650원어치였으니 이마트보다 15.5% 더 싸게 산 셈이다. 한씨는 "대형마트 가격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격차가 날 줄은 몰랐다"며 "단돈 10원이라도 더 싸게 파는 곳을 더 자주 가는 것이 주부들 마음"이라고 말했다.


소비 침체로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대형마트들이 이번에는 가격 경쟁에 불을 붙이며 고객몰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쟁사와 상시 가격비교를 통해 차액을 보상해주는가 하면 이미 정한 할인가격도 경쟁사가 낮추면 추가로 몇 번씩 더 인하하는 '10원 전쟁'을 하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2000여개 상품을 대상으로 가격비교 차액보상제를 시행한 홈플러스는 지난 24일까지 1년3개월간 총 470만명의 고객에게 110억원을 현금쿠폰으로 돌려줬다. 한 달에 7억원꼴로 고객 1인당 2340원을 준 것이다.

가격비교 대상은 공정한 가격비교가 가능한 브랜드(NB)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이다. 이는 홈플러스 총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구매율 상위 2000개 핵심 생필품이기도 하다. 이마트 온라인쇼핑몰에 고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홈플러스보다 싼 상품에 대해 차액을 현금쿠폰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업계 1위 이마트는 홈플러스처럼 차액보상제를 실시하진 않지만 생필품 1200여개를 상대로 매일 경쟁사와 가격비교를 통해 수시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 롯데마트도 점포별로 인근 점포의 가격 동향을 주간 단위로 점검해 자사 매장 가격에 반영한다.


상시 최저가(ELP, Everyday Low Price)를 내세운 대형마트들은 이미 싸게 내놓은 특판 상품 가격도 하루에 수차례씩 더 내리고 있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 3사가 가을 꽃게 특판을 앞두고 벌인 '10원 전쟁'이 한 예다.

당시 롯데마트는 100g 당 840원에 내놓은 꽃게를 이마트가 830원으로 낮추자 추가로 820원까지 더 내렸다. 이마트도 즉각 30원을 더 내려 100g당 800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처럼 대형마트가 가격 경쟁에 집중하는 이유는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장려금 금지 등 영업규제가 강화되며 영업전략을 '박리다매'로 바꾼 것도 가격 경쟁이 재점화한 이유다. 마진을 줄여서라도 고객부터 끌어 모으자는 것이 대형마트의 속내다.

이런 10원 전쟁은 실제 효과도 크다. 꽃게 10원 전쟁이 펼쳐진 지난 주말, 대형마트 3사에서 팔린 꽃게는 300만 마리에 달했다. 영업시간 기준으로 1초에 20마리, 1시간에 7만 마리씩 팔린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10원 경쟁에는 마진 축소를 감수하고라도 고객을 단 한명이라도 더 끌어오겠다는 절박감이 담겨있다"며 "건전한 가격경쟁은 유통업체의 불황 돌파구이자 무엇보다 고객에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