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가격은 있어도 나쁜 제품은 없다"

머니투데이

지미 리 조이시스템 대표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아무리 유사한 중국산 제품이 미국에서 60달러에 팔린다고 하더라도 저희 제품을 80달러에 판매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희는 질 높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인데… 최소 150달러는 받아야겠습니다."

내가 한국 중소기업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내가 미국에서 창업한 리퍼비시 컴퓨터(재생컴퓨터) 유통업체 '조이시스템'(Joysystems)은 미국 월마트, 타이거다이렉트 등 대형유통망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중간 공급사(vendor)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한국 중기 제품을 미국 대형유통망에 입점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출 상담회를 진행하다 중기로부터 위와 같은 요구를 받게 되면 굉장히 난감할 때가 많다. 중국산 제품에 비해 한국산 제품이 가격을 더 받아야 한다는 요구는 물론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 주장이다. 미국 소비자 중 유사한 제품을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산 제품을 중국산보다 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 살 정도는 아니다. 이게 현실이다.

일부 한국 중기는 미국 시장 수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해당 시장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한국 시장은 제품의 완성도와 트렌드가 성공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이 좋고 한 번 유행을 타면 소위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반대로 미국 시장은 규모가 크고 소비자가 다양하다. 소비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각각의 소비자층도 두텁다. 완성도가 높고 비싼 제품에 대한 수요도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제품에도 충분한 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나 일부 중기는 미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품질 고가 전략만 추진하는 듯하다.

"나쁜 가격은 있어도 나쁜 제품은 없다"(There is no bad product, only bad price.) 미국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유대인 사업가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격언이다. 즉, 제품의 질이 아니라 해당 제품의 가격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가격만 잘 책정하면 얼마든지 잘 팔릴 수 있다.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기인들에게 2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선 최고의 제품보다는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에 맞는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월마트 닷컴, 코스트코 닷컴 등 대형유통망 사이트만 봐도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제조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도 있다. 필자가 만난 중기 업체들의 제품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소량생산 방식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원가를 줄이고 대량생산을 하는 등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