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만난 6촌 형님께 “OO주식 있으세요?”

/표=김다나 디자이너

-친인척 합산해 50억 이상이면 대주주...주식 매각 시 양도세 납부해야

“올 추석엔 가까운 친인척에게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세법상 대주주 요건이 50억원(코스피)으로 낮아져 대주주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A은행 PB골드센터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수의 VIP고객을 모아놓고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은행 소속 세무사는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주식 매각 시 양도세를 납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수퍼 리치 고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주식 투자 여부는 부모자식 사이에도 잘 드러내지 않는 게 보통이라 친인척 모두의 주식 보유 현황을 파악하라는 말에 은행 VIP고객들은 저마다 서로를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식 매각 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의 경우 보유 주식 평가액이 50억원(종전 100억원) 이상이면 세법상 대주주로 인정돼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내야 한다. 코스닥은 40억원(종전 50억원) 이상이면 세법상 대주주가 된다.

세율은 양도 차익의 33%(주민세 포함, 1년 이상 주식 보유 시 22%, 중소기업은 11%)다.


50억원이라고 해서 ‘난 해당사항 없네’라고 속단하면 금물이다. 본인이 보유한 주식 외에 6촌 이내의 친족과 4촌 이내의 인척, 그리고 배우자인 특수관계인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친인척은 웬만하면 다 포함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내가 보유한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주식이 10주 밖에 안돼도 6촌 형님과 처삼촌 등 특수관계인 친인척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합쳐서 모두 50억원(29일 종가 기준 4052주) 이상이 되면 나는 물론이고 특수관계인 전부가 삼성전자 대주주가 된다.

이로써 종전까지 주식 매각 시 양도세를 크게 걱정하지 않던 수퍼 리치들도 새로운 기준 하에선 쉽게 대주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일반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양도세가 이제 더 이상 수퍼 리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은행 세무사는 “지난해 7월1일 이후 주식 매각분부터 적용됐으나 아직도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이러한 점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난 별로 주식이 없으니까’라고 속단하면 금물”이라고 충고했다.

특히 주당 가격이 200만원이 넘는 롯데칠성, 롯데제과 (26,500원 ▼300 -1.12%), 아모레퍼시픽 등 같은 황제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식 투자자들은 친인척 주식보유 현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145,400원 ▲3,200 +2.25%)의 경우엔 특수관계인 친인척의 보유 주식 합계가 2370주(29일 종가 기준)만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매각 시 양도세를 내야 한다. 롯데칠성 (127,000원 ▼200 -0.16%)은 2425주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그리고 만약 가까운 친인척이 스톡옵션이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을 몇 백주라도 신규취득하게 되면 대주주로 분류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인이 세법상 대주주임을 모른 채 매입매도를 수차례 반복하기라도 하면 그 때마다 양도세 문제가 불거져 낭패를 겪을 수 있다.

한편, 주식 매각 시 양도세는 자진신고 사항이기에 본인이 반드시 특수관계인 친인척의 주식 보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친인척이라도 주식보유 현황을 파악하는 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떠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차라리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전면적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정성호 새천년민주연합 의원은 세법상 대주주 기준을 30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소액주주 범위를 축소하고 대주주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8월초에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의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매각 전 대주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