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하는 최수현, KB금융 제재 '재심 or 보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에 대한 제재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제재심의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하거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고객정보 유출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제재심이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를 의결한 후 일주일 다 되도록 최 원장이 최종 사인을 하지 않고 있다. 당초 최 원장이 곧바로 제재심 결론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란 관측과 다른 결과다.


금감원은 제재심이 6차례 진행됐고 제재 대상자가 워낙 많아 실무진에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 원장은 제재심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부서 등 내부적으로 제재심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이 사실상 의결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금융당국 안팎에선 예상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 원장이 제재심에 재심의를 요청하거나 추후 검토로 보류된 '고객정보 유출'건에 대한 결론까지 보고 종합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 제재심 결론에 대해 '수용 또는 불수용' 등 두 가지뿐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 원장의 선택지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감원장이 재심의를 요청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최 원장이 재심 요구보단 고객정보유출 건에 대한 결론까지 지켜보는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같은 제재심 위원들이 다시 심의한다고 결론이 달라지겠느냐"며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고객정보 유출건까지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최종 판단은 9월 말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고객정보유출 건은 KB금융이 국민카드를 분사할 당시 은행 고객 정보까지 무단으로 이관해 올초 국민카드 정보 유출 때 함께 빠져나간 사건이다. 금감원은 KB금융이 신용정보법상 승인없이 무단으로 고객정보를 국민카드에 이관했다며 당시 KB금융지주 사장이었던 임영록 회장 등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금융지주회사는 신용정보법상 승인대상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제재심은 심의를 보류해 놓은 상태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KB금융이 국민카드 분사 당시 '분사 후 은행고객 정보를 삭제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이행하지 않은 부분을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선 지난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금융노조를 만나 총파업 자제를 당부하면서 KB금융 제재와 관련 "아직 끝나지 않은 사안인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가 최 원장이 곧바로 제재심 결론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편 최 원장은 KB금융 제재와 관련 지난 25일 간부회의에서 "제재심의 결과 및 검사부서 실무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하고 다각적으로 고민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