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의도 불순"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27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공용브리핑실에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가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우려를 드러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포함한 정책을 "노동자들의 연금 자산을 매개로 금융시장 및 자본시장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도"라며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인 양 포장하고 있으나 실은 퇴직연금을 증시부양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역시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완화는 금융자본의 이익은 증대시키지만 정작 노동자의 퇴직연금자산은 더욱 불확실한 시장위험, 투자위험에 노출시키며 안정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노총은 기금형 퇴직연금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현재는 퇴직연금이 은행·보험사의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돼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개별기업 펀드가 조성되면 이를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한국노총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후 개별기업의 사내기금 운용위원회가 때마다 운용방식을 결정하게 되면 높은 수익률의 유혹에 못 이겨 위험자산 투자로 쏠리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역시 "정부는 마치 이러한 규제완화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5년간의 수익률만 보더라도 비원리금 상품의 경우 수익률 변동이 매우 컸으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계는 2012년 일본 AIJ자산운용의 기금형 퇴직연금 금융사고 등을 언급하며 이번 정부 대책에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공적연금을 강화해 노동자의 안전한 노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후생활 자금이라는 것은 기금 안정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현재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사업장의 90% 가까이가 안정성을 우선시 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퇴직연금을 논의하는 데 있어 기금의 당사자인 노동계를 빼놓고 한 것 자체가 의도의 불순함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