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길에서 시간 낭비말라"…과장급 서울행 금지

세종시 정부청사/사진=머니투데이 DB

국토교통부가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동안 발생하는 업무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과장급 공무원의 서울 회의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했다. 장·차관에게 집중됐던 결제권한 일부를 과장급에게도 분산시키고 주무관(6급)도 사무관(5급)처럼 기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해 업무처리 효율도 높일 방침이다.


국토부는 '길 위의 공무원'을 줄이기 위한 업무방식 개혁을 단행, 9월1일부터 적용한다고 28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청사 이전 후 간부들의 잦은 출장으로 '실국장 이상 간부는 서울에서, 5급 이하 직원들은 세종에서, 과장급은 길바닥(서울~세종) 위에서 일한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왔다"며 "이동 시간을 줄이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 국토부 업무의 64%를 처리하는 과장급의 잦은 서울 출장이 금지된다. 서울 등 외부에서 열리는 회의는 실·국장과 주무계장(서기관·사무관)만 참석하고 과장급은 참석하지 않도록 했다. 불가피하게 참석해야 할 상황이면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매주 열리는 간부회의의 보고 자료는 보고자인 실장·국장·정책관이 직접 보고 항목을 4개 이내로 선정하도록 했다. 내부 보고 자료는 핵심만 2페이지 이내로 압축하고 간부들이 출장을 가면 영상보고나 메모보고를 적극 이용하도록 했다.

과장 이상의 간부들은 업무처리 방향이나 자료용도, 분량, 내용, 보고시한 등을 뚜렷하게 지시하도록 했다. 두루뭉술한 지시도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업무지시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으로 제한하고 업무시간 이후 SNS 등을 이용한 업무지시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장·차관에게 집중된 결재권한은 실·국·과장에게 일정량 배분하되 사안의 중요도를 따져 사전과 사후 상급자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주무관도 사무관과 마찬가지로 장관 결재문서 기안자로 참여, 과 업무의 30%를 주무관이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사무관의 업무 강도를 줄이는 동시에 주무관의 서류작성 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직원끼리 소통확대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먼저 직원 3~4명으로 팀을 꾸려 연극, 영화, 독서클럽 등 문화 활동을 하고 활동내용을 제출하면 우수 팀에 베스트셀러 등을 시상한다.

과 단위 모임도 가져 한 달에 한 번 이상, 실·국별 모임도 분기별로 한번 이상 개최하도록 했다. 한 달 에 두 번씩은 전 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회도 열 계획이다.

사무관 이하 직원은 국토부 교육원 등에서 연중 1회 이상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는 한편 주무관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할 때와 과장보직을 받을 때로 한정됐던 직급별 리더십 교육도 사무관·주무관 전반으로 확대했다.

직원들이 재충전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해 연가를 활용하는 '안식월'도 도입한다.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의 경우 매 5년마다 1년 치 연가를 집중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안식월 실시부서에는 부서평가에서 가점을 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 부처로는 처음 시도하는 업무개혁이 타 부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채찍과 당근을 마련한 만큼 개편안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