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 수학여행 '온도차'…숙박 올라가고, 항공 내려가고

세월호 사고 이후 전면 중단됐던 중·고등학생의 수학여행이 2학기 개학 이후 9월부터 재개될 예정이어서 여행·리조트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6월말까지 국내 한 대표 리조트는 전국적으로 2만6000실의 단체 예약이 취소됐을 정도로 극심한 운영난을 겪었다. 같은 기간 국내 여행사 454개가 55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어 일부 업체는 부도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내달부터 수학여행이 재개되면 여행·리조트업계는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사고 후 전면 중단됐던 수학여행이 2학기를 맞아 재개됐다./사진=이지혜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교가 올 2학기에 수학여행을 실시하기고 하면서 속속 관련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세월호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리조트업체마다 예년의 70~90%까지 단체 예약이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양평과 홍천, 담양, 설악 등에 리조트를 보유한 대명리조트는 8월 학생 단체 예약률이 연초 목표치의 87%로 올라섰고, 9월에는 90%이상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호텔앤리조트도 경주와 제주, 양평 등 3곳의 9월 단체 예약이 총 32건으로 지난해 대비 72%의 객실 예약 현황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명리조트는 세월호 사고이후 두 달 여동안 수학여행 등 단체 예약 취소에 따른 직접 매출 손실만 20억원에 달했고, 한화호텔앤리조트는 57억원이 넘었다.

대명리조트 관계자는 "9월 이후 수학여행이 재개되면 단체 예약이 예년의 9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간 실적을 감안할 때 이제라도 수학여행이 재개된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조트 업계는 수학여행이 하루빨리 완전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 리조트 관계자는 "수학여행이 재개됐지만 소규모 체험학습 중심이 많아서 일부 리조트는 아직까지 예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조트업체와 달리 여행사와 항공사는 여전히 수학여행 재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행사의 수학여행 영업이 정상화하려면 제주도나 중국, 일본 등으로 떠나는 예약이 예전처럼 이뤄져야 하는데 중국이나 일본은 선박으로 이동해 아직까지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항공편을 활용한 제주 수학여행도 여전히 학교들이 외면하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한 항공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제주 수학여행 단체예약은 단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은 지난 7월 일선 학교에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 여행을 재개해도 좋다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안산 단원고가 소재한 경기도는 아직까지 교육청 차원에서 수학여행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 애도기간이 끝나지 않아 정식 공문으로 수학여행을 재개하라고 주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도 학부모들이 80% 이상 동의할 경우에만 수학여행을 실시해도 좋다는 방침이어서 아직 여행·항공업계가 수학여행 재개 효과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