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해진 회사채' 몸값 급등에 '완판 행렬'

회사채 몸값이 치솟고 있다. 사내 유보금이 넉넉한 기업들의 발행 수요가 줄어든 반면 여윳돈이 넘치는 기관들의 투자 수요는 늘어난 결과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0.37%포인트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9월 초 이후 1년 만의 최저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최종고시금리를 통해 스프레드를 공시한 2000년 9월 이후 2006년 5월~2007년2월(0.26%~0.37%포인트)과 지난해 4월~9월(0.33~0.37%포인트)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회사채 스프레드는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와 차이를 의미한다.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것은 회사채 수요 증가 등으로 국채 대비 회사채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신규 발행시장에서도 회사채 인기가 드러난다. 신용등급 'AAA'의 KT가 지난 26일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9000억원 몰렸다. 신용등급이 'A0'로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한화도 지난 21일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완판'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한화가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미달 없이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5월에 한화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자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


한화 외에 최근 신용등급이 'A+'로 한 단계 떨어진 KT렌탈(1000억원)과 여전히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종의 현대건설(1000억원)의 회사채에도 발행물량의 2~4배가 넘는 각각 4350억원, 2400억원의 기관 자금이 몰렸다.

최근 회사채에 돈이 몰리는 것은 공급량이 줄면서 회사채가 말 그대로 귀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자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안달이라는 얘기다. 국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맴돌면서 다소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수익률을 높이려는 기관들의 캐리 수요도 크다.

기업들이 유례없는 저금리 여건 속에서도 자금조달에 소극적인 것은 여전히 국내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를 줄이고 내부 단속에 치중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하면서 돈 쓸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기업의 회사채 발행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회사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기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에 우량 등급 위주로 만기 회사채 차환 발행이 충분히 이뤄지면서 단기적으로는 회사채 발행 물량이 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채 강세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