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매각공고, 여전히 현대차 "적극" vs 삼성 "신중"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양영권 기자

한전 본사사옥 /사진제공=한국전력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 부지 인수전이 본격화됐다. 입찰 마감이 다음달로 정해졌지만,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은 여전히 상반된 반응이다.

　현대차는 "상징적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삼성그룹은 "검토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미 서초동에 `삼성타운'을 조성한 삼성그룹과 달리 사옥 공간 부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현대차가 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9일 서울 강남 본사와 부지에 대해 다음 달 17일까지 최고가 경쟁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전 본사부지는 축구장 12개에 맞먹는 큰 규모(7만9342㎡)다. 지난해 기준 장부가액이 2조73억원, 공시지가가 1조4837억원(3.3㎡ 당 6171만원)이었고 감정가는 3조3346억원으로 나왔다.

　◇양재동사옥 포화…현대차 돱적극 추진= 현대차그룹은 공고가 나자마자 즉각 "부지 인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업무와 문화,컨벤션 등이 조화를 이룬 서울시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전 부지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 공공성에 입각해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와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외국인을 유치하고 대규모 관광객도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대규모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계 2위이자 글로벌 5대 자동차메이커인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본사 사옥이 비좁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양재동 사옥에 입주하지 못하고 서울 강남 일대의 빌딩에 흩어져 있어 의사소통과 업무 처리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중한 삼성그룹 "내용검토 뒤 참여 결정" = 삼성그룹은 다소 신중하면서도 여유있는 표정이다. 삼성그룹은 "매각 내용을 검토한 뒤 참여 여부를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한전 부지 인수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해 왔다. 무리하게 베팅을 하기 보다는 여러 입찰 조건들을 고려해 가격이나 사업성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만일 참여를 하더라도 투입자금 대비 적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준에서만 보수적으로 금액을 써 낼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3조3000억원을 넘는 초고가 매물인만큼 다른 기업,투자사와 컨소시엄을 꾸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부지는 앞서 2009년에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초대형 복합상업 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의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