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시의 추석은 언제인가?

김재홍 신영증권 자산전략팀장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농부의 땀방울로 알차게 자란 곡식은 추석을 앞두고 수확해 풍성한 한가위를 만든다. 가족들은 그 간의 못 나눈 정을 나누고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 올해 한국 증시의 추석은 언제일까? 아무리 좋은 씨를 뿌려도 수확시기를 놓치면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듯이, 주식투자에서도 차익실현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에도 한국 증시는 많은 변화와 힘들게 싸우면서 성장했다. 연초에는 미국 테이퍼링 시작과 중국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최근에는 이라크 및 러시아 관련 소요와 유럽 경기둔화 우려를 겪고 있다. 다행히 이러한 비바람에도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증시의 상승동력은 저평가 매력, 한국 정부의 경기회복 의지, 중국 경착륙 우려 완화 등을 주목한 해외 유동성 유입에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점들은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우군이 될까? 두 가지를 고민해 보자. 첫 번째, 주가는 미래 기대와 우려를 선반영하는 특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주가변동 요인은 이미 현재의 주가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주가 변동성은 경기가 막 좋아진 직후나, 정책을 막 입안 및 실행하는 시점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최근 몇 달전부터 좋아진 중국 경기개선은 향후 주가의 폭발적인 상승요인이 되기는 어렵다.

반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변화는 아직 뜨거운 감자(hot potato)다. 지역별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유로존 경기회복을 위해 추가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는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일 것이다. 반면, 9~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진행될 미 연준의 금리인상 논의는 최소한 신흥국에는 단기적이나마 부담요인이 될 소지가 높다. 물론 미 연준이 ECB와 발맞춰 통화확장정책을 지속한다면 증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방학이 조금 미뤄졌다고 해서 숙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자명하다.

두 번째는 주가는 결국 이익의 함수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래의 기대와 우려는 주가에 선반영된다. 문제는 확인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주가는 현재에 대한 과거의 예상과 실제 현재 상황간에 괴리를 반영한다. 최근 주가상승이 대외리스크 축소와 성장정책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되었다면, 그 기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주가를 설명하는 기업이익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기업이익은 원화강세 및 유럽 경기 부진 등으로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에게 배당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나, 외국인 지분이 높은 업종의 배당확대가 실질적인 국내 가계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인지 등에 대한 확인과정이 필요하다. 필자의 고민은 정부의 성장정책이 주가에 부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책모멘텀이 이미 상당부분 반영되었는지에 있다.

주가는 시간의 증가함수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듯이, 주가도 시간과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차익실현 시점을 뒤로 미루기만 하기 어렵다. 즉 단기적인 주가의 변곡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스피 상승은 대외리스크 완화에 따른 해외 유동성 유입에 주로 기인했다. 아직 이러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국 증시의 추가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경제와 기업이익의 강한 회복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상승 여력이 매우 높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결국, 향후 주가의 변동성이 일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4분기 주가 매력은 3/4분기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