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를 위한 구슬땀'…최첨단 모형차들의 숨막히는 레이싱

30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가 열렸다. /사진=조영선 기자

10초, 11초, 12초…. 작은 모형차가 20초가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만에 결승점을 통과하자 회장은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여름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는 대회 참가 학생의 말처럼 20초를 달리는 작은 모형차는 그 동안의 노력을 담은 결정체였다.


대학생들의 모형차 제작 실력을 겨루는 '제1회 글로벌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 (월드와이드 프리스케일 컵 챔피언십)'가 지난 30일 한양대학교 올림픽 체육관에서 열렸다. 한국대회위원장인 한양대 선우명호 부총장(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은 "2003년 대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한국에 있는 대학만을 대상으로 했다. 작게 시작했던 대회가 13년 만에 1100개 대학, 3만5000명이 참가하는 큰 대회로 성장해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국제대회로 우리나라는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의 종주국이 됐다. 첫 시작은 한양대가 지난 2003년에 열었던 작은 이벤트부터다. 하지만 점차 대회의 관심이 높아져 중국 등 해외에서도 대회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고, 대회 규정과 운영방식, 자동차 제작 모델 등을 전수해 주던 것이 결국 국제대회를 열만큼 규모가 커졌다.

대회에는 각국 예선에서 1,2위를 기록한 9개국 17개 팀이 참여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교, 일본 오사카대학교 등 해외 유수 대학들이 참가했으며, 한국대표로는 국내 대회 1,2위로 입상한 인하대학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출전했다.

규정은 지정된 부품으로 만들어진 지능형 모형차를 20초 안에 완주시키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프리스케일이 제공하는 똑같은 부품을 사용하되 프로그램 단계부터 제작까지 학생들이 직접 고안해야 한다. 동작 원리는 카메라가 트랙을 인지해 조종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 언덕, 장애물, 교차로가 있는 트랙을 이탈하지 않고 속도를 내는 것이 주안점이다.

/사진=조영선 기자

하지만 조종 없이 자동으로 트랙을 완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끔하게 주행하다가도 코너링, 교차로, 언덕을 지날 때마다 트랙을 이탈하는 팀이 많았다. 결국 17개팀 중 거의 반에 해당하는 8개팀이 완주하지 못했다. 짧은 20초 동안 긴장감이 느껴지다가도, 모형차가 이탈할 때마다 관객들은 "아~" 하며 일제히 탄식했다. 한 관객은 "방학 동안 엄청 열심히 했을텐데 어떡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 달동안 단 20초의 레이스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았을 테지만, 참가자들은 대회를 즐기기에 바빴다. 졸업 후 각국에서 자동차 부문의 전문가가 될 참가자들은 같은 분야를 전공하는 다양한 학생들과의 만남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완주하거나 기록을 세운 팀에게는 축하를 전하고, 완주하지 못한 팀에게도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대회 결과는 중국 북경과학기술대학교의 우승으로 끝났다. 우리나라는 인하대의 '호박벌'팀이 17.834초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대회에 참가한 조봉언씨(인하대 전기공학 4)는 "방학동안 열심히 했다.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던 것도 기뻤지만 세계대회에 참가하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첫 국제대회를 시작으로 '지능형 모형차 경진대회'는 앞으로도 계속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 대회는 독일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