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시즌 '쩐(錢)의 전쟁'...관가 '예산실 바라기'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기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갑오년 새해 첫날인 1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가 355조8천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국회는 2년 연속이자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예산실 국장요? 같은 중앙부처 국장이라도 너무 높은 분이라 직접 볼 일이 없어요."(중앙부처 국장)
"부총리 오늘 국회 일정이 어찌 되시나요? 국회서 기다렸다가 얼굴이라도 좀 뵈려고…"(중앙부처 고위직 출신 공기업 사장)

본격적인 예산시즌이 개막되면서 중앙과 지방, 공기업을 망라한 전 관가가 이른바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예산시즌을 앞두고 부처들의 예산실 문턱 드나들기에는 지위고하가 없다.
조금이라도 사업비를 더 타내야 각 부처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정책에 힘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예산실장을 역임했던 모 부처 차관도 최근 수시로 직접 예산실을 찾는다. 그는 "예산실장 출신인데도 전관예우가 없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 중앙부처 차관은 최근 사석에서 예산실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다. "예산실장보다 행시 선배이고, 명색이 차관인데도 직접 찾아가도 기다리라는 말 뿐 예산실장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였다"는 것이다.

'끗발'이 밀리는 공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중앙부처 고위직 출신에다 부총리의 대학 동문인 모 공기업 사장은 부총리의 일정에 맞춰 국회로 향해 복도에서 무작정 '뻗치기'를 시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예산실은 연간 약 40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자르고 나눠준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지만 각 부처와 지자체의 수요를 반영하다보면 금방 바닥이 드러난다. 국회서 쏟아지는 예산민원, 이른바 '쪽지 예산' 등 편성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 예산실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 예산관련 면담을 요청하는 분들의 순서를 조정하는게 큰 고역"이라고 말했다.

예산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예산을 총괄하는 OBM(예산관리국) 직원들은 출근하기 전에 거울을 보고 'No'를 10번 연습하고 간다더라"며 "본격적인 예산편성시즌이 되면 우리 예산실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