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최대기록 경신에도 적자, 주가상승이 원인?

올 상반기 역대 최대규모의 매출·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한 차이나그레이트 (12원 ▼12 -50.0%)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영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회계기준상 분류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 현금유출이 없는 장부상 손실일 뿐임에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차이나그레이트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누적매출이 17억5404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1% 늘고 영업이익이 2억5972만위안으로 16.67% 늘었다. 차이나그레이트의 이번 반기매출과 영업이익은 사상최대 기록이었다.

그런데 세전이익은 -4005만위안으로 전년 동기(+2억2521만위안) 대비 적자전환하고 당기순이익도 -1억1200만여위안으로 역시 적자전환했다.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고서도 세전이익, 순이익은 되레 적자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이같은 사실이 공시된 지난 25일 차이나그레이트는 장중 전일종가(3595원) 대비 14.88% 내린 306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세전이익·순이익 적자전환은 지난 1월 차이나그레이트가 SBI팬아시아펀드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와 관련이 있다. CB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성격을 가진 회사채의 한 종류다. 투자자는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사전약정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주가가 오를 경우 투자자는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을 소멸시키는 대신 투자대상 기업의 주식을 받아갈 수도 있다.

2019년 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이 CB는 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이 각각 6%이며 전환청구권은 내년 1월부터 행사할 수 있다. 전환가액은 주당 1733원이었다. 문제는 바로 전환청구권과 관련해서 발생했다.


해당CB의 발행일 당시 차이나그레이트의 주가는 1840원이었고 지난 상반기 말에는 3750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CB의 전환가액은 변동이 없었지만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신규발행될 주식의 가치는 5개월 전 시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환청구권은 특정주식을 사전에 약정된 기한 내에 일정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파생상품 중 콜옵션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콜옵션은 차이나그레이트 장부에는 파생부채로 기재돼 금융손익에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부채평가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는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신주가 발행되면 이번 상반기 때 평가손실로 잡힌 부분만큼 자본잉여금으로 계정이 옮겨진다. 즉 부채는 그만큼 줄고 자본은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CB는 채권과 옵션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능통화와 발행통화가 같은 경우 옵션 부분은 자본총계 항목으로 기입된다. 옵션행사로 신주가 발행될 때 자본금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나그레이트처럼 기능통화(위안화)와 발행통화(원화)가 다를 경우 옵션부분은 자본총계 항목이 아니라 부채총계 항목으로 기재된다. 전환가액(1733원)의 가치가 환율변동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는 이유에서다.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확정되지 않은 자본은 부채로 인식한다'는 규정이 있고 이 부채는 공정가치로 평가돼야 한다. 이 때문에 차이나그레이트 주가가 오르는 만큼 평가손실도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같은 장부상 손실로 전체 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이 차이나그레이트에서만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SK하이닉스도 올 2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이 28.8% 줄었는데 이는 2010년 5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CB와 관련한 전환옵션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차이나그레이트, SK하이닉스 외에도 국내증시에서 자금을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형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다수 기업에서 이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능통화와 발행통화간 차이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이같은 기업이 나타난다"며 "사업영역 뿐 아니라 자금조달 지역의 국제화가 진전된 상황인 만큼 차이나그레이트, SK하이닉스처럼 영업호조에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이 되레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는 회사들도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