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강력 추진, 은행에 사실상 할당제 실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이 6월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들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의 '기술금융활성화를 위한 기술신용정보 활용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권에 사실상 할당제를 적용하는 등 강력한 방안을 추진한다. 또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는 정책금융 자금배정 혜택과 조달금리 인하, 이차(利差)보전 등 각종 인센티브를 몰아줘 실적이 나쁜 은행과 격차를 완전히 벌려놓는다는 방침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어느 정도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며 "은행에 할당을 시켜서라도 기술금융이 반드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보증이 아닌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평가해 금융을 공급하는 기법이다. 금융당국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창조금융의 핵심 전략으로 기술평가시스템 적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창업기업을 비롯해 사업성을 갖춘 중견 중소기업이 기술력만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성장 동력 발굴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획기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녹색금융과 달리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분야의 기술 가치 자체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며 "정권과 별개로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기술평가시스템은 세계 최초다. 기술보증기금 등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으로서 은행에 제공하는 등급평가를 바탕으로 기술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다.

제도는 만들어놨지만 은행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실적이 쌓여야 노하우도 생기고 데이터가 축적돼야 부도확률(등급평가) 산정의 정교성도 한층 더 높아진다. 일단 초기부터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선순환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먼저 은행이 기보의 보증을 받은 기업에 대출을 하거나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간접대출)을 이용할 경우 의무적으로 기술신용정보를 사용토록 한 상태다. 당국은 은행이 의무적용대상 외에도 기술금융 기법을 적극적으로 쓰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직접적인 할당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행들이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발표된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실적 우수 은행에 '몰아주기'를 실시해 미진한 은행에는 벌칙으로 작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이 기술력 우수 기업에 신규 신용대출을 내줄 때 기술 수준에 따라 기보가 1~3%포인트의 이차를 대신 내주는 이차보전도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만 몰아주고 온렌딩 등 정책금융의 자금배정도 실적에 따라 확실히 구분할 예정이다. 정책금융 조달 금리도 온렌딩 금리를 15bp 낮춰주는 등 실적 우수은행에만 혜택을 준다.

TCB 등급을 이용해 대출을 내준 경우 추후 부실이 생기더라도 은행 직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알려진 방안 외에 더욱 강력한 유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3년 내에 기술금융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