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자지갑, 국내 시장에 '한방' 가능 '글쎄'

애플이 미디어 등에 보낸 9일 신제품 발표 행사 초청메시지, 국내 모바일카드 시장 현황/사진제공=애플 등

애플이 전자지갑 서비스를 담은 '아이폰6'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IT(정보통신), 금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자지갑 시장 활성화 기대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오는 9일 신제품 아이폰6를 발표하면서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신용카드사와 손 잡고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자지갑은 모바일에 신용·직불카드나 현금 대신 상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지불하는 모바일카드를 포함, 멤버십카드, 쿠폰 등을 담은 서비스를 말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폰6는 모바일카드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근거리무선통신(NFC)칩을 아이폰 시리즈 사상 처음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애플은 NFC를 도입하지 않고, 비NFC기반의 앱(애플리케이션) '패스북(passbook)'을 선보이는 정도로 전자지갑 관련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패스북은 직접 결제가 불가능하고 디지털쿠폰이나 멤버십카드를 모아 관리하는 기능 정도만 지원한다.

이번 아이폰6의 전자지갑 지원 소식은 애플로서 큰 변화지만, 국내 시장에서 선방할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NFC기반 전자지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핵심기능인 모바일카드의 오프라인 활용도가 높아져야하는데 애플도 이 장벽을 넘기는 어렵기 때문. 이는 기존 사업자들이 기대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삼성월렛)는 물론이고 카드사, 은행, 이동통신사들이 전자지갑 시장에 이미 진출했다.


전자지갑의 오프라인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은 현저히 낮은 NFC결제 단말기 보급률 영향이 크다. NFC기반 모바일카드로 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점에 NFC결제단말기가 설치돼 있어야하는데, 이를 갖춘 곳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사용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체 가맹점의 1.5%만이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 달에 최소 1건 이상 결제가 이뤄지는 유효가맹점 177만 개 중 2만6000곳만이 NFC 단말기를 운영한다. 가맹점들이 굳이 NFC단말기 설치 필요성을 못느끼는 탓이다.

애플이 NFC가 아닌 비콘(무선통신 장치)으로 서비스를 운영해도 오프라인 가맹점마다 비콘단말기를 설치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내카드사들은 기존 POS(판매시점관리)단말기만 있으면 사용가능한 바코드, QR코드 등 여러 결제 방식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큰 바람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 실제 모바일카드 결제 가운데 70~80% 이상이 온라인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국에서는 선두업체인 애플의 시장 진입으로 가맹점들이 관련 기술 도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또한 국내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에서 애플 모바일 OS(운영체제)인 iOS 점유율은 14.08%에 불과하다. 즉 NFC기반 전자지갑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점유율(85.4%)이 상당히 높은데도 가맹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2~3년전부터 모바일결제, 전자지갑 시장의 빅뱅을 전망해왔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여전히 성장세가 더디다"며 "애플의 시장 진입이 시장 활성화에 한 몫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