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치매보험··화들짝 놀라 보장축소한 동부화재

'대박'난 치매보험··화들짝 놀라 보장축소한 동부화재

"이렇게 가입률이 높을 거라고는 예측을 못했어요."-동부화재 상품담당 직원

동부화재가 희귀질환 담보 건강보험의 예상치 못한 '대박'으로 진땀을 뺐다. 일반적으로 상품이 잘 팔릴 수록 반겨야 하는데, 동부화재는 오히려 고민이 깊어졌다. 결국 판매실적 속도조절을 위해 출시 2개월도 안돼 '보장 축소'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요율 검증'까지 벌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부화재는 7월 1일부터 '프로미라이프 우리가족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특약 형태로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루게릭병·중증근무력증 등 4대 퇴행성 희귀질환을 보장한다.

몇백원 수준의 보험료(특약 기준, 주계약 포함시 2~3만원)를 내고 최대 5000만원의 진단비를 받을 수 있다보니 폭발적인 판매실적을 보였다. 출시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25일 기준) 11만2584건(신규 42억원)이 팔려나갔다.

다른 손보사들의 희귀질환 진단금은 동부화재보다 5분의 1수준에 그친다. 현대해상의 '든든한 100세간병보험'의 경우 진단비가 최대 1000만원이고, 메리츠화재(건강보험 백년해로), LIG손해보험(110 LTC간병보험)도 각각 최대 1000만원이란 점에서 동부화재가 파격적이다.


그런데 '대박'이 나자 동부화재는 고민이 깊어졌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희귀질병 담보에 대한 가입률이 많아야 60% 일 줄 알았는데 90%나 됐다"면서 "특히 20~30대 젊은층 가입은 거의 없고 40~50대가 대부분이라 수익성 고민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출시 2개월도 안 된 지난 18일 진단비를 최대 300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보장 축소는 오히려 영업 설계사들에게 '절판 마케팅'으로 활용됐다. 결과적으로 가입실적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난 것이다.

한 전속 설계사는 "본사 영업담당자가 '요율산정 오류'로 손해율 문제가 있어 보장을 축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바로 판매 중단을 못한 것은 3개월간 배타적 상품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고객들에게 서둘러 가입을 권유했다.

사측은 "개발원의 요율 검증을 마친 상품으로 요율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금감원까지 나서 진상 조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금감원은 최종적으로 요율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금감원은 다만 알츠하이머가 치매의 일종이기 때문에 향후에 보험가입자가 치매에 걸렸을 때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안내했는지 검사에 착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매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 실제로 보험금 지급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며 "상품 출시 초기에 가입한 고객에게 보험금이 더 많이 지급될 텐데 보장 축소 후 가입한 고객의 갱신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