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깜짝 합병…그룹 건설부문 통합은

삼성중공업 (9,630원 ▲90 +0.94%)과 삼성엔지니어링 (24,750원 ▼950 -3.70%)이 깜작 합병을 발표하면서 삼성물산,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등 그룹 내 흩어져 있는 건설부문 통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그룹은 양사 합병이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종합 플랜트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나 주식시장에선 이번 합병이 그룹 내 건설부문 통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 구조개편의 연장선상에 진행되는 것으로, 그 종착역은 건설부문 통합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은 삼성중공업이 삼성엔지니어링을 인수 합병하는 식이다. 합병 비율은 1대 2.36.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교부하는 방식이다.

당초 건설업계나 주식시장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중공업이 아닌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사업구조가 비슷한 기업끼리 결합하는 그룹 구조개편이 빠르게 진행되던 지난해 7월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1%를 사들이며 2대주주에 올라섰다.

삼성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결정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그룹내 건설부문 통합 전에 클린화 작업에 나선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업황 악화로 사업다각화가 시급한 삼성중공업과 대규모 해외공사 적자로 자본력 보강이 필요한 삼성엔지니어링을 결합해 위기극복에 나선 후 건설부문 통합작업에 나서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공사에서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1조7000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이 9000억원대로 거의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도 4400억원에서 2600억원 가량으로 급감했다.

경쟁사인 현대엔지니어링(자기자본 2조3000억원, 현금성자산 4600억)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업황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두 기업의 합병은 지배구조 개편작업보다는 계열사간 시너지를 일으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라며 "이번 합볍으로 당장 건설부문 통합이 가시화되지 않겠지만 향후엔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통합이 진행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분 구조상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향후 건설부문 통합에 보다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주요주주이자 삼성엔지니어링 2대주주인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합병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 개편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