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요건 완화에 불편한 '리모델링시장'

머니투데이

박성대 기자

정부가 도심 내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연한을 현행보다 최대 10년 단축하면서 재건축을 희망하는 아파트는 준공일로부터 30년만 지나면 사업 추진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1991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할 수 있었지만 10년이 단축된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이 가능해지며, 1987~1991년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는 2~8년이 단축된다.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지어진지 25년된 아파트에 살고있는 A씨는 지난 4월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관련 조합설립을 위해 주민들과 수차례 논의해 왔다. 그러다 지난 1일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10년 단축시키면서 A씨가 살고있는 단지의 경우 5년 후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리모델링에 비해 재건축의 경우 통상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굳이 리모델링을 하느니, 꾸준히 준비해 5년 후 재건축을 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갖게 됐다. A씨는 추석 이후 주민들과 재건축 논의를 하기로 했다.

지난 4월부터 공동주택에 수직증축이 허용되면서 각 지자체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리모델링' 사업이 어두워졌다. 정부가 지난 1일 재건축 연한 10년 단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재건축 사업 추진 문턱을 크게 낮춰 리모델링 연한(15년)과의 차이가 크게 줄어서다.

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재건축 허용 시기가 2~8년씩 앞당겨진 1987~1991년 준공아파트는 전국적으로 61만4037가구다. 이들 아파트는 앞으로 3~7년 안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기준으로 1987~1990년 준공된 아파트는 2~8년 단축되며 1991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들은 10년 단축된다.

준공 15년이 지나 리모델링이 가능한 공동주택은 아파트 443만가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559만1000여가구, 19만3000여동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주택의 경우 5~15년 후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졌다. 특히 △주차장 △배관 △층간소음 △에너지효율 문제 등의 이유로도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연한과 관계없이 구조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도 구조 안전성만으로 재건축 여부가 결정된다.

/자료=부동산114.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건축비가 싸지 않은데다, 평면구성의 한계와 수직증축으로 인한 안전문제 등의 단점이 있다. 따라서 당장 리모델링을 하기보다는 연한을 채워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경기도의 경우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이번 규제 완화로 재건축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리모델링업계는 이번 대책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연한을 줄이면서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재건축사업으로 몰릴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재건축의 문제는 합의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