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탄소배출권 거래제, 국제경쟁력에 부담된다"

정부가 2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확정했으나 산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부담을 우려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저탄소차협력금제의 2020년 유예 결정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제단체들 "보완책 마련해 논란 불식해야"
정부가 거래제 시행을 사실상 확정하자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쟁상대국보다 먼저 시행하는 만큼 국제경쟁력에 대한 산업계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시행에 앞서 적절한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일본 등 5대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은 자국 산업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해 국가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산업계 부담완화 방안으로 제시한 감축률 완화 등은 기존 할당계획에 포함된 내용으로 배출허용총량 상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과소추정 논란이 있었던 배출전망치(BAU) 재산정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경제계가 참여한 가운데 면밀한 분석을 통해 현실여건을 충분히 반영해 배출전망치에 대한 각종 논란을 불식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발등에 불 떨어진 철강·정유·화학업계

경제단체 뿐만 아니라 각 업계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학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이 2008~2009년 산업환경을 기준으로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현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존 안을 바탕으로 내년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우선 시행하고, 추후 관련 업계 의견을 반영해 배출량을 재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정유사들은 정부가 업계가 처한 현실을 반영해 배출권 할당량 결정에 반영해 주고,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꾸준히 지속한 만큼 감축률 산정에도 기존 절감 현황을 고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 및 해외 수출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탄소거래제가 준조세 성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석유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R&D)와 세액공제 등의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이를 통해 화학제품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거래제 시행시 2015~2017년 동안 최대 1조7000억원의 매출 감소를 겪을 전망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가 과중한 배출권 구입 부담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전향적으로 완화조치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호소했다.

정유업계 역시 당혹감을 드러냈으나 아직 구체적 시행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할당량 및 시행 세부사항 등이 드러나는대로 TF팀 등을 구성해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저탄소차협력금제 유예결정은 '환영'
이날 정부가 거래제 내년 시행조치와 함께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을 2020년말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확정하자 자동차업계는 반겼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과 내연기관 연비향상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등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겠다"며 "자동차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그동안 협력금제가 시행되면 독일 등 외국산 디젤차량 때문에 국산 완성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 고배출 차량 구매고객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지난해 하반기 도입을 앞두고 있던 중 국내업계 반발로 내년초까지 시행이 연기된 상태였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협력금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 연간수요 중 11만대 가량이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옮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유예 결정으로 2020년까지 국내 업체들이 기술경쟁력을 갖춰 시장 요구와 제도에 대응할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김태윤 전경련 미래산업팀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 소비자 피해 양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의 유예결정을 환영한다"며 "경제계도 기후변화에 대응해 세계적 수준의 연비확보와 친환경차 기술개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