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연기에 환경단체·정치권 반발 고조

(서울=뉴스1) 한종수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시행 연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은수미, 이인영, 장하나 의원.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부가 2일 재계 부담을 이유로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 시기를 6년 늦추고 대폭 완화한 배출권거래제 시행 방침을 내놓자 환경단체와 정치계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사면 부담금을 물리고, 이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차량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다. 연비가 좋은 중·소형 차량이나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이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다.


이 제도는 2009년부터 도입 논의가 시작돼 이듬해에 녹색성장기본법에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제도시행을 예고했으나 재계 반발로 2012년 개정안 발의 당시 제도시행을 2015년으로 늦춘 바 있다.

재계의 시행 연기 요구는 친환경차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의미였다. 친환경차 저변 확대를 꾀하는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도입 취지에는 수긍하지만 기술력 좋은 수입차에 맞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대형차 위주의 라인업을 줄이지 못하면서 친환경차 개발과 연비 개선에는 손을 놓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수입차 점유율이 크게 늘고 있는데 국산차 경쟁력을 스스로 쇠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교통운동, 녹색미래,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국내 환경단체들은 2일 성명을 통해 "이미 제도 시행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저탄소차협력금제의 연기 결정은 결국 기업 봐주기의 한 사례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시행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자동차 제작사의 반대와 단기적인 기업이익 저해를 이유로 결국 사실상 폐기 선언한 정부가 과연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직접 규제인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 규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 시행연기 결정을 철회하고 산업계는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환경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정부는 또 배출권거래제를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하되 업계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 업종에 걸쳐 감축률을 10% 완화하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배출 및 발전분야에 대해서는 감축부담을 추가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사실상 배출권 거래제가 너덜너덜해져서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은 사라져버릴 위기에 놓였다"며 "당장 이익에 눈 먼 산업계에 정부 정책과 법질서가 무너진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당초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줄곧 요구해왔던 환경부는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인 만큼 다른 입장을 내놓기가 부적절하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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