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오르는 담뱃값, 6000원까지 간다고?

10년간 묶여있던 담뱃값이 올해는 오를 전망이다. 인상폭도 역대 최대인 2000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담뱃값을 최소한 4500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종 인상액을 두고 복지부와 신경전을 벌였던 기획재정부와 물밑협상도 끝난 것으로 알려져 인상은 거의 확실시된다.

◇복지부 6000원vs기재부 3000원 치열한 줄다리기=복지부가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헬스플랜 2020'에 따라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떨어뜨리기 위해 2011년부터 담뱃값 인상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번번이 기획재정부와 국회 반대로 실패했다.

하지만 이날 문 장관이 정확한 금액과 추진시기를 못 박으며 부처 간에 큰 방향은 이미 합의를 이뤘다는 관측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값이 지나치게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에 올려야 한다는 데는 부처 간 이견이 없다"며 "문제는 구체적인 인상금액"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2500원인 담뱃값을 5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복지부는 3500원 정도 올리는 방안을 내고 협상을 벌여왔다"며 "구체적인 금액이 나온 것은 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담뱃값 인상, 왜?=정부에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들을 질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2012년 기준 국내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37.6%로 OECD 평균인 25.4%보다 12%포인트 정도 높다.


반면 담뱃값은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한국보다 담뱃값이 싼 나라는 태국(2045원)과 중국(909원) 정도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2020년까지 성인남성 흡연율 29.1%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에 따르면 담배 때문에 생긴 질환을 치료하느라 쓴 건강보험료는 한해 1조7000억원 규모다.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확대 효과도 클 수 있다. 현행 2500원 담배 한 갑에는 155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1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이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통해 매년 내는 세금은 7조원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5조2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는 0.66%포인트 올라간다. 기재부와 국회 등이 서민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다. 인상폭이 클 경우 흡연자들의 반발도 상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