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 축소', 1년만에 없던 일로…오히려 '증액'

정부가 내년 예산의 확장적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경제 활성화가 명분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중기재정계획의 수정을 의미한다. 2013~2017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예산 증액률은 3.5%였지만 내년 예산은 5%남짓 늘어난다. ‘긴축’에서 ‘확장’으로의 변화다.

복지 등 의무 지출의 증가는 이미 예견됐던 바다. 올해 29.9%였던 복지예산 비중은 내년 사상 처음 3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노령연금 등 자연 증가분만 해도 적잖다. 당정은 여기에 보육과 어르신 예산을 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린이 A형 간염 예방 무료접종(126억원) △산전·산후 관리 서비스 확대(360억원) △보유 교사 처우개선비 인상(15만원→17만원) △어르신 독감예방 무료접종(514억원)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586억원) 등이다. 또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제도(1044억원) △여성장애인 출산비 지원 등도 복지 예산으로 분류된다. 당정은 반값 등록금 예산 증액(2000억원)에도 의견을 모았다.

예산 확장은 기업 지원과 일자리 등에서 더 두드러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다. 연평균 5.7% SOC 예산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지 1년만의 ‘포기’다. 올해 SOC 예산(23조7000억원) 대비 오히려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확장적 재정 운용을 언급한 상황에서 SOC 예산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SOC 과잉 투자를 언급했던 정부는 올해 지방·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시설 안전·유지 보수를 위한 SOC 투자란 설명이다. 도로 안전 강화 예산은 7858억원에서 1조원 이상으로, 일반철도시설 개량은 2600억원에서 4000억원 이상으로 늘린다. 안전 예산(14조원) 증액분과 중복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안전을 빼면 지방 SOC 투자가 대부분이다. 성산-담양 고속도로(1566억원) 진주-광양 철도(2000억원) 등이다. 과잉 SOC 투자의 재시작이라는 비판이 나올 대목이다. 실제 G20 국가중 국토면적당 연장 순위를 볼 때 고속도로 1위, 국도, 3위, 철도 6위가 한국의 현주소다. 지난해‘SOC 예산의 정상화’를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경기 활성화, 재정 확대를 위해 결국 정상화 기조를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SOC뿐 아니라 일자리, 기업 지원 예산도 늘어난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14조3000억원으로 올해(13조2000억원)보다 7.6% 늘린다. 직접 일자리는 올해 수준이 66만6000개를 유지하되 노인·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이 참여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20만9000개로 1만명 확대한다. 청년 일자리는 13ㅁ나6000개에서 14만9000개로, 일·학습 병행 기업은 1000개에서 3000개로 늘린다. 시간제 일자리가 포함되는 여성일자리는 10만1000개에서 10만7000개로 확대한다.

기업 분야는 설비투자 지원이 주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과 신·증설을 촉진하기 위한 설비투자 지원율을 올해 12%에서 15%로 상향한다. 2차 중소기업 설비투자 펀드(3조원)와 지역전용 설비투자펀드(1조원)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