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역풍 줄경고..."다음 금융위기 충격 더 거셀 것"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금융규제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규제 대상인 업계 안팎에서는 규제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존 플렌더는 2일자 칼럼에서 "금융개혁이 다음 위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플렌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개혁 과정에서 이른바 '베일 아웃'(bail out)이라고 하는 구제금융 방식의 대안으로 부상한 '베일 인'(bail in)이 오히려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각국 정부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업체를 회생시켰다. 재원은 물론 국민의 혈세였다. 하지만 이런 식의 지원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켰고 동시에 조세저항을 유발했다. 2011년 한창이었던 월가점령 시위가 대표적이다.

당시 시위대는 AIG를 비롯해 공적자금으로 되살아난 업체들이 고액 연봉 잔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대안이 '베일 인'이다. '베일 인'의 핵심은 본인 및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규제당국이 금융권의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스스로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라는 취지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는 더 이상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하지만 플렌더는 금융업체가 파산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자에게 손실을 강요하는 '베일 인'이 오히려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손실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 주체가 한정된 '베일 아웃'과 달리 '베일 인'은 손실 분담 주체가 광범위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은행 산업을 대변하는 세계금융시장협회(GFMA)와 국제금융협회(IIF)는 이날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 보낸 서한에서 강화된 은행 자기자본 규제인 '바젤Ⅲ'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들은 2018년 '바젤Ⅲ'의 중장기 유동성 비율인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이 도입되면 공매도 비용은 5배, 주식 스와프(교환) 비용은 5배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 밖에 있는 섀도뱅킹(그림자금융)이 나서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비용이 급증해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