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KB금융 제재 결단 임박…4일 결론

KB금융 제재를 놓고 고심해 왔던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결단이 임박했다. 늦어도 4일에는 최 원장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KB금융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늦어도 오는 4일 KB금융에 대한 제재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 21일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경징계를 결정한 지 이미 12일이 지난 데다 KB금융의 내분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결정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이 최 원장에게 이번 주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최 원장도 추석 전에는 끝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4일에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특히 본인이 직접 특강을 하겠다며 4일 저녁 국장급 이상 간부들을 전원 연수원으로 소집해 놓은 상태다.

당초에는 최 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지만 KB금융 내분 사태가 심화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금감원장이 제재심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최 원장이 전례를 깨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경징계를 수용할 경우 더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선 최 원장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더 이상 KB금융 사태를 방치해선 안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어 경징계를 확정할 경우 최 원장이 그 비난을 모두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제재심이 의결기구라면 '제재심이 결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제재심은 원장의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모든 결정은 결국 원장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재심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판단을 부정하게 되면 제재심의 존립 근거를 흔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금감원 내부 조직인 제재심의 판단이 틀렸다고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제재심을 외부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옮겨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최 원장의 선택은 제재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KB금융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란을 정리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제재심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최근의 사태를 감안해 중징계를 결정'하거나 '관례에 따라 경징계를 수용하지만 경영진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식의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금융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최 원장이 관례에 따라 경징계를 수용하겠지만 지금은 설사 경징계를 결정하더라도 KB금융을 위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이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권고' 정도는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최 원장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를 결정할 경우, 이 행장의 제재는 곧바로 확정된다. 반면 금융지주회사 임원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사항이기 때문에 임 회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