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떠난 반올림, 하루만에 외부인사로 협상단 추가

황상기 대표(가운데 푸른색 상의) 등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회원들이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근로자 백혈병 발병 사건 관련 5차협상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부 이견으로 대표단 가족들이 대거 이탈한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구성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번복하고 외부 활동가들이 참여한 신규협상단을 꾸렸다.

피해자 가족들의 빈자리를 대표성이 약한 외부전문가로 꾸린 것이다. 이에 대해 반올림 신규 협상단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들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반올림은 지난 1일 삼성전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반올림 측의 교섭위원이 바뀌었다"며 "양측의 교섭이 다른 분들과의 대화와 혼선을 빚지 않도록 일정과 장소를 조율해 달라"고 통보했다.

당초 반올림 가족 대표단은 산업재해신청자 8인(황상기·정애정·김시녀·송창호·이선원·김은경·정희수·유영종) 이었으나 송창호씨 등 6명의 가족이 이탈하면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 등 2명의 가족들만 남았다.

반올림은 남아있는 가족 대표단 2명에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간사, 임자운 변호사 등 3명의 외부 활동가를 새롭게 추가했다. 피해자 대표단에 외부인사 수가 더 많아졌다.

이번에 반올림 교섭단에 새롭게 포함된 공유정옥 간사는 지난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타깝지만 교섭단에서 빠진 분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당장 협상단 구성원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하루 만에 스스로의 말을 뒤집은 셈이다.

반올림은 기존 6인 대표 가족단을 배제하고 삼성전자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3일 오후 2시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예정된 삼성과의 7차 협상을 앞두고 돌연 협상장소와 시간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와 협상을 선택한 가족들을 배제한 채 독립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대표단에서 빠진 6명의 가족대표들은 당혹스런 반응이다. 송창호씨는 “반올림이 삼성전자에 이런 제안을 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과연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예정대로 3일 건설회관에서 삼성전자와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올림의 이번 결정을 놓고 대표단에서 이탈한 가족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협상 물꼬를 트고 노력한 것은 맞지만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한 순간에 말을 바꾸고 가족들을 ‘제3의 세력’으로 판단, 협상장소를 물밑에서 바꾸는 등의 행위 자체가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송 씨는 “협상 초반과 달리 점차 가족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진정 가족을 위한 것인지 활동가를 위한 협상인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반올림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대표단 가족 8명에 대한 '우선 보상안'이 교섭단을 분열시킨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반올림 협상단 내부분열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